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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횡령혐의 대주주 묵인…금감원 '옵티머스 책임론'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9 18:21

수정 2020.06.30 17:58

제2의 라임사태 '예고된 사고'
2017년 대주주 변경 요청 당시
김재현 대표 특경법 위반으로 피소
고소인 이혁진 前대표 "조사 미흡"
금감원은 "위배사항 없어" 반박
[단독] 횡령혐의 대주주 묵인…금감원 '옵티머스 책임론'
'제2의 라임사태'로 불리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사기 사건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가 양호 전 나라은행장을 내세워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을 당시 233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피소됐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횡령 및 배임죄는 대주주 적격성 상실 사유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9일 파이낸셜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옵티머스운용(옛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창업자인 이혁진 전 대표와 전 등기이사 이모씨는 지난 2017년 12월 서울중앙지검에 김재현 대표와 양호 전 행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배임), 금융회사지배구조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 전 대표가 고소한 김 대표 등의 혐의는 크게 △성지건설 불법 인수합병(M&A) △상장기업 K에 대한 사채권 투자 △더블라썸 사채권 투자 △금융사 지배구조법 위반 등 4가지다.

이 전 대표 측은 김 대표가 옵티머스운용의 경영권을 인수하자마자 금융위원회 승인 없이 대표이사에 올랐고, 양 전 행장 등 사내이사 3명을 선임해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어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행법상 금융위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사의 대주주가 되면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김 대표는 당초 본인이 옵티머스의 대주주가 되려 했으나 적격성 문제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자신의 지분을 직원들 명의로 돌렸고, 양 전 행장이 대주주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양 전 행장이 김 대표와 함께 수사를 받던 중이었음에도 금융당국이 대주주 변경 승인을 내준 대목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을 위반한 경우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하게 된다. 금융위는 통상 대주주 변경 대상이 관련 내용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경우 수사 종결 및 재판 이후로 판단을 보류한다.

그러나 양 전 행장에 대해서는 빠르게 대주주 변경 승인이 이뤄졌다. 그에 앞서 금융감독원에 관련 형사사건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이다. 다만, 김 대표 등에 대한 형사사건은 당시 회사 측으로부터 압박에 시달리던 이씨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2018년 4월 각하처분을 받았다.
시점상 금융위는 양 전 행장에 대해 수사 종결 이후인 2018년 7월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으므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 전 대표 측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이승용 변호사는 "횡령죄는 친고죄가 아니라서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검찰, 경찰에서 얼마든지 조사할 수 있고, 김 대표의 혐의 내용도 중대한 것이었다"며 "당시 고소 내용을 면밀히 조사했다면 현재 옵티머스의 불법자금 운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검찰 등 수사기관에 조회해 (경영권 분쟁 종결을)확인한 후 승인했다"며 "법에 열거된 조건에 대해 외부 조회 등을 거친 결과 위배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심사의견"이라고 반박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김정호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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