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38조 추경 날림 심사, 세금이 쌈짓돈인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1 18:03

수정 2020.07.01 18:03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역대 최대 규모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속도전에 나선 인상이다. 국회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한 민주당이 다음 날인 6월 30일 야당 없이 반나절 만에 14개 상임위 심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추경안인 35조3000억원에 3조1031억5000만원이 외려 증액됐다. 반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책정된 호흡기전담 클리닉 사업 예산 500억원은 전액 삭감됐다. 이처럼 부실한 심사가 예산결산특위에서 이어져선 결코 안 될 것이다.

이날 상임위 곳곳에서 온갖 진풍경이 펼쳐졌다.
야권의 견제 없이 176석 거여의 전횡이 빚은 결과였다. 상임위 평균 심사시간은 두 시간에도 못 미쳤고, 운영위는 불과 47분 만에 마쳤다. 기획재정위에선 '짜고 치는' 요식적 심사에 질린 정의당 의원이 "심의가 아닌 통과 목적의 상임위에 동의하지 않겠다"며 퇴장했다. '3일 본회의 추경 처리'라는 당청 수뇌부의 오더를 여당 측이 충실히 따르는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일 듯싶다.

그러나 역대급 추경안을 날림으로 심사해서는 안 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통계청의 5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라. 제조업 가동률은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체감경기는 최악인데 긴급 코로나 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소비만 반짝 늘었을 뿐이었다. 올 상반기 1, 2차 추경이 실물경제를 살리는 데 주효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3차 추경안을 뜯어봐도 이런 전철을 답습할 소지가 적잖아 보인다. 9조원 일자리사업을 데이터 구축과 책 배달이나 100대 명산 순찰요원 등 '단기 알바' 충원으로 채우는 식이어서다.

이러니 백번 추경을 편성해도 얼어붙은 경제를 녹일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순 없는 노릇이다. 혹여 공수처법 후속입법 등 여당의 역점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3차 추경안을 다뤄서는 더욱 안 될 말이다.
거여는 열린 자세로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예결위에 참여시켜 정상적 심사를 도모하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