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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사모펀드 정책 크게 손 볼 때 됐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1 18:03

수정 2020.10.12 13:03

라임펀드 전액 배상 권고
시장 살리되 옥석 가려야
사모펀드 라임자산운용이 굴린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에 대해 100% 배상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1일 금융감독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배상 책임은 2018년 11월 이후 해당 펀드를 판 판매사에 있다. 판매사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이다.

분조위에서 100% 배상 권고안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 당국이 그만큼 라임 사태를 심각하게 본다는 뜻이다.
분조위는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계약 취소 결정을 내렸다. 투자자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판매사가 다 책임지라는 의미다. 은행·증권 4개사가 권고안을 수용하면 투자자들은 최대 1611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판매사들은 자기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향후 배상 책임을 놓고 긴 소송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유감이다. 사모펀드는 한때 모험자본 공급 채널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1년 이명박정부 때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도입했고, 2015년 박근혜정부는 규제를 확 풀었다. 이후 1만개가 넘는 사모펀드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겼다. 이 중 일부에서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모펀드 시장 전체가 손가락질을 받는 형국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치권 연루설이 꾸준히 나오는 것 또한 개탄스럽다.

금융당국 간 대립도 볼썽사납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며칠 전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수개월 전 금감원이 실시한 사모펀드 실태조사가 부실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자 금감원 노조는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 원인은 금융위의 무분별한 규제완화 3종 세트에 있다"며 치받았다. 두 기관이 사후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네 탓 공방을 벌이는 꼴이다.

사모펀드 정책은 한번 크게 손을 볼 때가 됐다. 혁신 벤처에 흘러들어갈 돈이 부동산 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걸 그냥 둘 순 없다. 원래 취지에 맞는 사모펀드는 장려하되 말썽꾸러기 펀드는 과감하게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아무리 알음알음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사모(私募)펀드라 해도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대의마저 거스를 순 없다.

은행·증권 등 제도권 금융사도 사모펀드 상품을 판매할 때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행여 저금리 기조 아래서 고객을 끌어들이고 수익을 높일 요량으로 마구잡이 판매가 이뤄진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금융은 신뢰를 먹고 산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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