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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속 윤석열 거취 일촉즉발...법무-검찰 갈등 최고조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2 13:10

수정 2020.07.02 15:44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fnDB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심의할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지휘권을 발동했다. 자문단 소집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바로 지휘권을 행사한 것인데, 사실상 15년만에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장관의 지휘·감독권 발동이 이뤄진 것이다. 과거 전례에 비춰 윤 총장의 사퇴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법무-검찰 수장 간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수사자문단 심의 중단" 지휘권 발동

추 장관은 2일 "수사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전문수사자문단의 심의를 통해 성급히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상 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할 것을 지휘한다"고 밝혔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그 결과만 검찰총장에 보고하라는 것이다.

추 장관은 자문단 심의 절차 중단 수사지휘 사실을 알리며 이례적으로 수사 지휘 공문의 전문을 공개했다.
수신자는 윤석열 검찰총장, 제목은 '채널A 관련 강요미수 사건 지휘'이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대검에 공문을 보내는 등 통보 절차를 진행한 뒤 언론에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이날 지휘권 발동은 사실상 15년만에 이뤄졌다. 지난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하려하자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그러자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검찰이 쌓아온 정치 중립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며 항의 표시로 사표를 냈다.

추 장관은 지난달 1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의 '증언 강요'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거부한 참고인을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 15년 만에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중요 참고인을 조사 권한이 있는 대검 감찰부가 조사하도록 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도는 없다며 과도한 해석에 선을 그었다.

대검도 추 장관 지시가 일부 참고인 조사에 대한 것일 뿐 검찰의 수사 지휘를 전면 전환하는 과거의 '수사 지휘권' 발동과는 다르다며 추 장관의 감찰부 조사 지시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소신 지켜드리겠다“던 尹, 사퇴 가능성도

이런 가운데 이날 나온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지난달과는 의미가 다르다는 게 검찰 안팎의 지배적 분석이다. 수사 지휘의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지휘한 것은 총장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명백히 물러나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개혁위원회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지난달과 달리 이날 추 장관의 공문은 정식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봐야 한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무장관이 특정 수사에 직접 개입하는 장치란 점에서 독소조항”이라며 “이런 지휘권 발동이 일상화가 되면 사실상 모든 사건에 정치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윤 총장이 곧 입장발표를 하겠지만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안 받고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총선 판도결과에 따라 추 장관이 현 정권에 대한 수사를 벌인 데 따른 책임을 물어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을 행사할 것을 예상했다”며 “윤 총장이 사퇴대신 버티더라도 허수아비 총장이 될 수 있어 무력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그간 여권의 갖은 압박 속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윤 총장이 쉽게 용퇴를 결정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실제로 ‘조국 사태’에 이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상황에서 윤 총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저는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에 따라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을 응원하고,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며 정치권의 외압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작년 말부터 정권 관련 사건을 지휘하며 거센 압박을 받았던 윤 총장으로서는 법무장관의 수사권지휘권 발동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이라며 “물러나는 대신 국민 여론을 지켜보며 정면 돌파하는 방안을 강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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