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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日 수출규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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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6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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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日 수출규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저력
지난해 7월 1일. 기자는 도쿄 출장길에 일본의 수출 규제 소식을 접했다. 일본 정부가 강제 징용 배상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통제 방침을 결정한 것이다.

공항에서 이 소식을 듣고 도착한 도쿄는 예상과 달리 해당 이슈에 대해 둔감한 모습이었다.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보복 조치에 즉각 반응했던 우리 정부와 여론이 호들갑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한국에선 곧바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되는 등 전 국민이 공분을 표출했지만, 일본에서 만난 사람들은 해당 이슈에 무관심하단 생각까지 들었다. 이를 '일본의 자신감'으로 해석하며 자존심이 상했던 기억이다.

1년이 지난 현재,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 소재산업에 '전화위복'이 됐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일본 수입에 의존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핵심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민관이 손을 잡고 나선 결과다.

대표적으로 SK머티리얼즈는 해외 의존도가 100%였던 기체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했다. 3년 안에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아직까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구매 다변화에 나선 것도 한 가지 성과로 꼽힌다.

과거 불화수소의 일본 의존도가 90%에 달했지만,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개월 간 한국의 대일 불화수소 수입액은 600만달러로 수출규제 시작 전 1년간 5800만달러에 비해 90%가량 급감했다. 같은 기간 일본에 대한 한국의 불화수소 수입비중도 42.6%에서 9.3%로 축소됐다. 주요 반도체소재에 대한 탈일본 성과가 반영된 것이다. 또 다른 규제 품목인 불화 폴리이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가 일본 규제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국산화를 이뤘다.
일본 의존도가 92%까지 달했던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벨기에와 독일 등으로 공급처가 확대됐다.

일본의 규제로 시작된 소재 국산화 바람은 규제품목 이외로 확장되며 한국의 고부가가치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으로도 평가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한국 산업의 저력은 박수 받을 만 하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