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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대북정책 전환을 위한 절호의 기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2 17:50

수정 2020.07.02 17:50

[여의나루] 대북정책 전환을 위한 절호의 기회
과거에는 전쟁을 통해서 정권이 교체되거나 유지되었지만, 민주 국가에서는 국민의 의사가 표명되는 선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정권 입장에서 높은 지지율은 그러한 선거 승리의 보증수표이므로 그 지지율을 지탱해주는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간 부동산정책, 청년실업, 소득주도성장 등과 같은 경제정책의 참담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소위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지금의 평화가 위장된 것이더라도 전쟁과 같은 참혹한 일은 피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런 국민적 감정으로 대통령 지지율은 북한이 도발하면 급락했고, 평화 분위기가 고조될 때는 급등했다. 그러니 대북 평화 기조가 문재인정부의 핵심정책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남북한, 미·북 정상회담에 힘입은 높은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지방선거의 승리를 견인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문재인정부가 평화 분위기를 활용해서 끌어올린 지지율의 대가를 요구하며 협박하고 있다. 북한은 적당히 평화 분위기를 조성해 문 대통령에게 높은 지지율을 선물하면, 한국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설득해서 제재를 풀고 시원하게 대북지원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엄연히 국제사회의 일원인 한국이 유엔제재 대상국인 북한을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도와주지 못하자, 이내 대통령을 거친 언사로 모욕하고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아마 북한은 대남 협박을 통해 대통령 지지율을 하락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행동은 대통령 지지율과 관련된 상황이 바뀐 것을 인지하지 못한 패착이다. 지난 지방선거와 달리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은 대북정책의 도움 없이 국회에서 절대 과반을 차지했다.

최근 북한의 협박은 그간 북한에 호의적이었던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들이 북한에 등을 돌리게 했다.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문 대통령은 여전히 과거 여느 대통령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지지율이 반영될 선거는 아직 2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 북한의 협박은 예전만큼 효과적이지 못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의 어리석은 협박은 뜻밖에 문재인정부에 새로운 지지층 확보라는 기회를 제공한다. 북한의 거친 대남 협박에 정부는 원칙적 대응으로 응수했다. 이러한 원칙적 대응은 그간 정부의 대북정책에 회의적이었던 노년층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노년층은 현 정부하에서 국가 재정을 통해 어느 연령대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얻었고, 이제 3차 추경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다. 그런 노년층이 대통령 지지로 돌아서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북한 도발의 국민적 불안감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지난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대통령은 북한이 들으면 섬뜩할 가사를 담고 있는 '6·25의 노래'를 힘차게 제창했다. 지금 북한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일부 국회의원들이나 생계형 친북인사들과는 다를 수 있다.
북한이 돌연 대남비방을 중단한 것도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선거가 멀리 있고, 새로운 지지층 확보를 시작할 수 있는 지금,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통한 진정한 평화 추구 노력에는 국제사회의 합당한 지원과 보상이 수반됨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쪼록 정부가 지금의 기회를 허무하게 놓치지 않기를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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