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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F2020]전 세계 기본소득 논쟁 2라운드…도입엔 모두 '공감'

뉴스1

입력 2020.07.06 10:20

수정 2020.07.06 10:20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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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남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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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전 세계에서 기본소득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부의 불평등에 따른 빈부격차 심화가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치면서 물밑에 머물던 기본소득 논쟁이 수면 위로 오른 것이다.

세계 최강 경제대국 미국에서 기본소득 논쟁이 한창이다. 코로나19 확진자 250여만명, 사망자만 12만6000여명에 달하는 미국에선 확진자·사망자가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사는 조건이 열악한 이들에게 재난은 더 많은 피해를 남기는 것이다. 이들을 돕기 위한 방편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다.


미국 기본소득 논쟁의 근본적 이유는 산업구조 재편에 있다.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 전통적인 제조업이 쇠락하는 사이 페이스북과 아마존, 구글, 애플로 대표되는 정보통신(IT)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치 않게 됐다.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와 이를 실현시켜줄 뜻 맞는 몇 명만 모이면 수십, 수백억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 하나를 만드는 건 상상 속의 일이 아니게 됐고 부는 점점 한쪽으로 쏠리게 됐다.

우리나라의에선 여야 정치인들의 의견 개진과 학자들의 연구에 머물던 기본소득 논의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취임과 함께 화두를 던지면서 국민적 관심으로 부상했다.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을 꺼낸 이유도 미국과 유사하다. 앞으로 4차산업혁명이 현실화 되면 일자리는 줄고, 줄어든 일자리 만큼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국민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들에게 '빵 사먹을 수 있는 자유'(기본소득)는 줘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1미래포럼(NFF)에 기조연설자로 나설 케탄 파텔 전 골드만삭스 전무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분열"이라며 "국가 간, 사람들 간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게 가장 큰 도전 과제다. 이런 문제의 해결 없이 발전을 추구하면 대규모 항의 시위와 커다란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어떻게 진행할지 구체적인 플랜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정기성·현금성·보편성·무조건성·개별성 등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안정적으로 재정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 각 나라가 추진하는 사회보장제도와의 중복성을 어떻게 조정할 지도 해결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앞서 실험에 나선 국가들 중 성공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핀란드는 지난 2017~2018년 2년간 25~58세 실업자 2000명에게 매달 560유로(약 74만원)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실험을 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지 않은 비교군도 만들었다.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을 지급한 실험군의 취업 일수가 비교군보다 평균 6일 길었다고 발표, 기본소득 지급이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기본소득을 받은 쪽이 인간의 존엄을 느낀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스위스는 지난 2016년 6월 '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한다' 등 3개 조항을 헌법에 넣을 것인지를 두고 국민투표를 했다. 액수는 명기하지 않았지만 시민단체들이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17만원), 만 19세 미만은 625스위스프랑(약 79만원)을 조건 없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투표는 부결됐다.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최근 스코틀랜드에서도 스위스와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파이프, 노스 에어셔, 에든버러, 글래스고 등 일부 지역의회는 기본소득 도입 실험을 위한 시행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기존 복지 제도를 강화해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을 담보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이에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있다. 1인당 월 20만~30만원씩 지급해도 1년에 약 18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2021년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필요한 예산은 최소 198조원이다. 기본소득 지급만으로도 세 분야의 예산 요구액과 맞먹는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증세와 기존 복지 예산 조정으로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론자들은 증세는 국민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기본소득 도입 자체는 긍정적이나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보다 특정 취약계층에게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맞선다.

오는 16일 열리는 올해 NFF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이러한 논의들을 더 깊게 고찰해 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활양식 변화와 인공지능(AI)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본소득 등 사회안전망과 관련한 석학들의 고견이 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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