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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플랫폼 공룡, 키우고 길들이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6 17:30

수정 2020.07.07 15:56

[fn논단] 플랫폼 공룡, 키우고 길들이기
"잘 있거라 나는 간다~"로 시작하는 1959년 명곡 '대전 블루스'는 '눈물의 플랫폼'에서 이별하는 연인들 모습을 그려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기차 플랫폼은 이처럼 만남과 이별의 장소이자 화물의 집합지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주동력의 하나가 바로 플랫폼에 모인 증기기관차였다.

21세기 들어서는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해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요즘 경제계 화두인 모바일 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도 결국은 이들의 수식어에 지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가치를 보면, 구글·아마존 등 GAFA로 불리는 최상위 5개사가 모두 미국 플랫폼 기업들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 쏠림현상, 선점효과 등 특유의 속성에 따라 국경을 넘어 끊임없이 확장 중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이들의 편리한 서비스에 환호하지만, 독과점에 대한 걱정도 크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세계 경쟁당국들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이들이 너무 비대해지고 중소상공인이 곤란을 겪는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이번 대통령선거에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경쟁당국은 2019년 독점금지법 위반 조사에 착수했는데, 정치와 경제의 보수화 물결 속에 이들에게 관대했던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에 비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훨씬 공격적이다. 구글에 2017년 24억유로의 기록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다수 플랫폼을 무차별적으로 조사해왔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을 발표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자유경쟁을 도모하기 위한 감시를 강화하고 소비자와 입점업체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개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플랫폼 기업의 자유경쟁 내지 창의적 발전과 입점업체 공정거래 간 조화가 긴요하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양자가 종종 상충할 수 있어 정책담당자의 속을 썩이곤 한다. 세계 경쟁법학계에는 '브뤼셀 효과'라는 말이 있다. EC의 강력한 경쟁법 집행이 세계적 영향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EC의 최근 플랫폼 기업 제재는 다분히 미국 기업 때리기 냄새가 짙다. 미국 기업들이 인터넷 검색과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유럽 플랫폼 경제를 완전히 점령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인터넷 검색시장과 SNS 시장을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가 장악하고 있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이 주도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동태성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할 바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자국 플랫폼들이 미국 기업들과 정면경쟁하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 플랫폼 기업들은 새로운 혁신성장동력에 목마른 우리의 미래이다.

아무리 자국 기업이라도 독과점 횡포에 눈감아달라는 말은 염치없다. 하지만 브뤼셀 효과가 우리 플랫폼 발전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난제 중의 난제인데, 이를 풀어가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방향은 야심차다. 애니메이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3부작에는 두 종류 공룡이 등장한다.
바이킹의 친구 드래곤들과 다른 드래곤들을 착취하는 거대 드래곤. 영화에서처럼 흉폭한 독점 플랫폼은 과감히 길들이고 자유경쟁과 공정성으로 무장한 플랫폼들이 소비자와 입점업체들 지지 속에 해외로까지 뻗어가는 디지털 생태계가 자리하기를 기대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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