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유동성 3000조 시대, 부동산 정책은 구닥다리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6 17:30

수정 2020.07.06 17:30

국토부 대책만으론 한계
민간투자로 물꼬 확 터야
시중 통화량이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섰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기준 광의통화량(M2)은 약 3019조원에 달했다. 4월 한 달만 34조원이 늘었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통화량 급증세는 한은과 정부의 합작품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0.5%)으로 낮췄다.
정부는 3차까지 모두 60조원 가까운 추가경정예산을 풀었다.

유동성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 충격으로 올해 주요국 성장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칠 걸로 본다. 그 대응책으로 온 세계가 돈을 풀고 있다. 각국이 푼 유동성이 8조달러, 우리돈 1경원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 돈이 대부분 금융시장으로 흘러갔다. 그 덕에 주요국 증시는 대폭락을 면했다.

한국은 증시에 더해 부동산이 '활황'을 맞았다. 우리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금융보다 부동산이 수익률이 높다. 시중에 풀린 천문학적인 돈이 부동산 시장을 넘보는 것은 경제논리로 보면 당연하다.

유례없는 유동성 변수를 고려할 때 정부의 고리타분한 부동산 정책은 헛다리를 짚는 격이다. 정책 대응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야 한다. 불행히도 정부는 과거 방식으로 코로나 이후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려 든다.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고, 임대차 보호를 강화하는 식이다. 자연 이런 정책은 코로나 이후 시장에서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최근의 아파트 투기 현상은 근본적으로 돈이 풍부하고 금리가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당 대표의 말이지만 곱씹어볼 만한 지적이다.

무엇보다 흘러넘치는 유동성을 생산적인 투자로 유도하는 정책이 급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창립 70주년 기념사에서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활발히 발휘되도록 하여 생산성 주도의 성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려면 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규제 물꼬를 터야 한다. 부동산 투자보다 공장 투자가 이문이 더 크면 돈은 그쪽으로 몰리게 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규제를 더 죄지 못해 안달이다.

현 상황에서 부동산 대책은 국토교통부의 몫이 아니다. 오히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은이 주도하는 게 맞다.
시장에 돈을 푼 장본인은 정부와 한은이다. 그 때문에 집값이 들썩인다.
그래놓고 집주인을 닦달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