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동행세일, 제2의 ‘코세페’ 되지 않길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6 17:56

수정 2020.07.06 17:56

[기자수첩] 동행세일, 제2의 ‘코세페’ 되지 않길
최근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가라앉은 소비심리를 살리고자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동행세일 특별행사 현장을 방문해 "소비가 애국"이라며 힘을 실었다. 중기부는 특별행사 생중계가 네이버 브이라이브에서 총 재생수 83만회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정작 이번 행사로 인해 혜택을 입어야 할 소상공인이나 소비자가 이익을 누리고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정부의 동행세일 취지는 좋지만 시장 상인들이나 소비자 모두 효과를 별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유통구조상 전통시장에서 대형 마트만큼 물건을 장기간 싸게 파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행세일 기간동안 전통시장 상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이상 구매고객에게 경품을 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신규고객 유치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워낙 갑작스레 행사를 추진하다 보니 생긴 문제로, 시장 상인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동행세일이라는 행사명에 걸맞지 않게 '뭐가 싼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다. 실제 한 의류 쇼핑사이트에서 동행세일에 참가한 뒤로는 기존에 쓸 수 있었던 20% 할인쿠폰 사용을 막아놔 오히려 실질적 구매가는 더 올랐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나온다. 또 자동차 분야도 정작 인기 제품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되고 비인기 차종만 할인 판매해 구색 맞추기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동행세일 기간동안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선보인 제품들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저렴한 제품이 있으면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인데, 정작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동행세일 관련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동원, NCT 드림, 레드벨벳 같은 K팝 스타들이 홍보활동을 할 때나 눈에 띌 뿐이다.

결국 동행세일이 또 다른 '코리아 세일 페스타'로 그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살려야 한다는 정부의 절박함도 이해되지만, 이 같은 행사를 할 때는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정밀하게 준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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