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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수소차의 두가지 혁신방식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8 17:24

수정 2020.07.08 17:24

[여의나루] 수소차의 두가지 혁신방식
지금 한창 미래차로 각광받고 있는 전기차의 대항마로 기대를 모아온 수소차와 관련, 한·미 양국에서 처음으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움직임이 최근 며칠 사이에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하나는 6일 아침 현대자동차가 수소트럭 10대를 스위스에 수출하기 위해 선적하는 장면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직 수소차 매출이 하나도 없는 미국의 니콜라라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나스닥에 상장한 지 겨우 한 달 만에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는 뉴스였다.

실질적 성과를 내기 시작한 현대차의 가치를 (그것도 기존 자동차사업의 가치까지 포함한) 아직 걸음마도 떼지 않은 니콜라가 어떻게 넘어선 것일까. 미국 나스닥 시장의 편향된 투자성향 때문일까. 필자는 두 회사의 혁신방식에 주목하고 싶다.

한국 산업이 혁신에 약하다고 평가한다면 필자도 억울하게 생각할 것이다. 한국 산업의 발전 자체가 매우 강한 혁신의 성과로 이뤄져 왔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산업에서 혁신은 주로 이미 세상에 태어나서 소비자의 검증이 끝난 제품들을 대상으로 그 제조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음은 잘 알려져 있다.
'축적의 시간'이란 명저를 펴낸 이정동 교수도 이런 점을 잘 지적한 바 있다. 세상에 한국 산업의 힘을 알린 '황의 법칙' '6시그마' 등이 모두 제조분야의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최근 중국 산업의 괄목할 만한 추격을 받고 있는 한국 산업들이 강조하고 있는 '초격차'라는 개념도 결국 제조분야의 혁신으로 중국을 따돌려야 한다는 생각에 근간을 두고 있는 셈이다. 한국 산업의 미래를 걸고 있는 분야로 거론되고 있는 분야들도 결국 이런 혁신방식을 이어받고 있다. 대표적 예로는 자동차 분야에서 전기차, 수소차를 들 수 있고 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에서 바이오시밀러 등으로 모두 제조 과정에서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혁신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니콜라를 창업한 트레버 밀턴이 수소차를 주목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고, 그의 혁신 경력도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는 점으로 미뤄 보아 니콜라가 제조기술력으로는 현대차를 따라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의 기업가치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하는 셈인데, 그가 내세우는 '친환경 수소생태계에 대한 비전'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즉 니콜라는 수소트럭을 만드는 기술력을 스스로의 힘만으로 키워나가려 하지 않고 산업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분야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트럭 생산의 실력자인 이탈리아 이베코, 자동차 부품의 최고 기업인 독일 보쉬 그리고 수소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태양광발전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한화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니콜라의 역할은 이들을 함께 일하게 만드는 '플랫폼'인 셈이다.
한화는 태양광발전만이 아니라 니콜라의 수소충전망 구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현대차가 이 분야에서 가장 큰 난관으로 꼽아 온 수소충전망 구축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기업과 손잡은 셈이라서 조금 씁쓸한 느낌도 없지 않다.

니콜라와 관련해 특기할 만한 사실은 가까운 장래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바로 현재 최고 실력자인 테슬라인 셈인데, 이 두 기업의 이름이 묘하게도 20세기 초에 천재 공학자로 이름을 날린 오스트리아 출신 혁신가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과 성을 각각 따왔다는 점이다.
경제학에서 혁신이라는 개념은 창조적 파괴를 강조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슘페터가 처음 제기한 셈이라서 더욱 절묘한 연관성을 느끼게 된다.

김도훈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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