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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닭한마리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8 17:24

수정 2020.07.08 17:24

"따뜻한 성질로 오장(五臟)을 안정시키고 몸의 저항력을 키운다." 조선시대 의성(醫聖) 허준의 동의보감(1610년)에 나와 있는 닭고기 효능이다. 닭고기는 한국 고유의 대표적 보신음식이다. 주로 일년 중 가장 더운 7~8월 초복·중복·말복에 먹는다. 이 셋을 합친 게 바로 '삼복(三伏)더위'다. 찜통더위에 쇠한 기력을 뜨거운 음식으로 보충하려는 이열치열이다.


삼복은 중국 진나라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중국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진나라 덕공 2년에 개를 잡아 벌레를 물리치는 삼복제사를 지냈다. 닭고기 음식은 삼계탕·닭한마리·닭볶음탕·닭곰탕 등 재료와 조리방식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 닭한마리는 감자·떡·대추·버섯을 넣고 백숙처럼 끓인 음식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초복(16일)을 앞두고 7일 방한했다. 비건 대표가 즐겨찾는 메뉴가 바로 닭한마리다. 비건 대표는 이날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오후 10시를 넘겨 미국대사관에 도착, 닭한마리 만찬을 즐겼다고 한다. 비건 대표의 닭한마리 사랑은 유별나다. 지난해 5·8·12월 방한 때마다 늘 서울 광화문 단골식당을 찾곤 했다. 오죽했으면 코로나로 단골식당 방문이 어렵자 식당 사장에게 부탁해 만찬에서 먹을 닭한마리 요리를 부탁했겠는가.

비건 대표는 이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미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남북협력을 강력 지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중재자 역할을 재차 천명한 가운데 나온 발언인 만큼 매우 고무적이다.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 인터뷰에서 "도움이 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3차 공식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거들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은 교착에 빠진 북·미 대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북한은 "북·미 대화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한국의 보양음식 닭한마리를 먹은 비건 대표가 얽히고설킨 한반도 비핵화의 실타래를 풀길 기대한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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