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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의 없이 '한 길 간다'..독립수사본부 秋에 제안 이유는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8 19:53

수정 2020.07.08 19:53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손을 떼라며 본인을 전방위 압박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고심 끝에 던진 제안은 수사 공정성을 담보로 한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이었다. 추 장관이 수사 공정성을 명분으로 총장인 본인을 배제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독립적 권한을 부여한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서울고검에 독립수사본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공정성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해당 의혹 수사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는 이성윤 중앙지검장과 본인의 수사지휘를 사실상 배제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사실상 이 지검장의 수사지휘를 배제하는 방식의 수사팀 구성을 건의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한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본인은 수사 결과만 보고 받은채 김영대 서울고검장에게 수사지휘권을 전격 위임하겠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지난 2일 윤 총장에게 검언유착 의혹 수사의 적정성을 따지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중단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수사 독립성 보장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날 윤 총장은 당초 예정된 전문자문단 소집은 중단했지만 추 장관의 지휘 수용을 존중하고 본인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추 장관이 중앙지검 수사팀에 전적으로 맡기라고 지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그간 본인과 마찰을 빚어왔던 이 지검장의 수사지휘를 신뢰하지 못해 서울고검에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는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을 배제한 채 기존 수사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만큼 윤 총장이 검사장들의 의견을 따랐다는 분석이다.

검찰 조직의 의견을 수긍해 조직 안정성을 꿰하고 본인과 이 지검장 모두 수사에서 배제해 추 장관이 요구하는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계속 한다면 공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애초 본인을 빼고 독립 수사팀 구성을 제안한 것"이라며 "다만 추 장관이 신뢰하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이 지검장의 수사 개입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인정하는 모양새지만 사실상 추 장관이 중앙지검에 수사를 맡긴다며 내건 공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지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윤 총장은 추 장관의 계속되는 전방위 압박으로 인해 사의 표명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조직을 추스르고 나아겠다는 의지도 내비췄다.


검찰 한 간부는 "윤 총장 스스로가 지금 사의를 표명하면 조직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감내 하고 총장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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