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 홍콩 보안법 제재로 홍콩 환율 공격 검토...금융 허브 흔드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8 20:57

수정 2020.07.08 23:25

8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메트로파크 호텔에서 한 노동자가 임시 개관한 '국가안전공서' 현판 앞을 지나고 있다. 국가안전공서는 홍콩 보안법 실행을 위해 중국 정부가 설치한 관리부서로 이날부터 업무를 시작했다.로이터뉴스1
8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메트로파크 호텔에서 한 노동자가 임시 개관한 '국가안전공서' 현판 앞을 지나고 있다. 국가안전공서는 홍콩 보안법 실행을 위해 중국 정부가 설치한 관리부서로 이날부터 업무를 시작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홍콩 보안법 통과 이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홍콩의 환율제도를 공격할 예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실행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실제 진행될 경우 홍콩의 금융 허브 입지가 송두리째 흔들릴 전망이다.


홍콩 매체인 동망 등 외신들은 7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미 국무부 내에서 홍콩의 고정환율제도(페그제)를 약화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홍콩은 1983년부터 달러와 홍콩달러(HKD)의 환율을 고정하는 페그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없는 홍콩은 HSBC나 스탠다드차타드 등 시중은행들이 통화를 발권하고 해당 금액에 상응하는 달러를 금융관리국(HKMA)에 납입해야 한다. HKMA는 금융 감독 기관이자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해 현재 1달러당 7.8HKD의 환율을 유지하고 있다. HKD 가치는 7.8HKD 기준으로 상하 0.05HKD씩 변동 가능하다.

이러한 제도는 홍콩의 특별지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은 1992년 홍콩 정책법을 제정하고 홍콩이 반환된 뒤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 지위를 보장하기로 했다. 홍콩은 해당 조치 덕분에 중국과 달리 미국 시장에 쉽게 접근했고 자유로운 달러 매입이 가능했다. 미국은 지난달 29일에 보안법으로 인해 홍콩의 자주성이 상실됐다며 특별 지위 박탈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보좌진들은 현재 보안법과 관련해 중국 정부를 추가로 압박하기 위해 홍콩 은행들의 달러 매입량을 제한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제재는 최근 홍콩 보안법 지지를 선언한 HSBC 은행 등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지난달 발표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더라도 환율 유지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5월 말 기준 외환 보유액이 4459억달러(약 532조8505억원)으로 페그제 방어가 가능하고 중국 인민은행과 통화 스와프를 통해 3조달러 이상의 중국 외환보유고도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계자들은 해당 논의가 아직 실무 단계이며 고위급에서 논의되는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에디 유 HKMA 총재는 지난달 발표에서 홍콩의 달러 매입이 제한된다면 "해당 여파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것이며 미국도 피해를 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스페인 BBVA은행 홍콩 지점의 시아 러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홍콩에 대한 달러 매입 제한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과 미국 사이가 완전히 틀어질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시행하기 어렵고 미국 역시 피해를 입을 것이다"고 말했다.
HKD가 페그제 붕괴 이후 외환시장에 대규모로 풀릴 경우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는 물론 국제 외환시장의 안정성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일단 금융 시장에서는 보도 내용이 현실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HKD는 8일 달러당 7.7501HKD로 거래됐으며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의 주가 역시 각각 3.1%, 2.5%씩 하락하는 데 그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