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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밭 지나 다시 초록 숲… 마스크 잠시 벗으셔도 좋습니다 [Weekend 레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0 04:00

수정 2020.07.10 04:00

여름향기 머금은 강진
월출산이 품은 차밭, 여름 깊을수록 초록 절정
다산 정약용·영랑 김윤식 발자취 그대로 남아
세계모란공원·백운동정원 등 거닐며 유유자적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전남 강진 월출산 자락 아래 넓게 펼쳐진 강진다원. 초록빛을 띈 차나무 잎새가 양탄자처럼 깔려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전남 강진 월출산 자락 아래 넓게 펼쳐진 강진다원. 초록빛을 띈 차나무 잎새가 양탄자처럼 깔려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강진다원 인근 백운동원림의 대숲은 벌써부터 짙푸르다. 백운동원림은 조선 중기 이담로가 조성한 숲으로 인공과 자연이 적절히 배치된 우리나라 전통 원림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강진다원 인근 백운동원림의 대숲은 벌써부터 짙푸르다. 백운동원림은 조선 중기 이담로가 조성한 숲으로 인공과 자연이 적절히 배치된 우리나라 전통 원림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 강진(전남)=조용철 기자】 전남 강진 월출산 남쪽 자락에는 초록빛이 가득하다. 성전면 월남리 월남사지와 무위사를 잇는 2차선 도로변에 드넓게 차밭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보통 차밭하면 인근 보성을 생각하지만 3만358㎡의 구릉지에서 만난 강진 차밭의 푸르름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생각지 못한 횡재다. '남한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월출산은 큰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으로 마치 한폭의 산수화를 그려놓은 것과 같이 산세가 뛰어나다. 월출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타고 작은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람개비들이 만들어내는 풍경도 이색적이다. 서리를 방지하기 위해 세워둔 팬이라는데 단아한 월출산의 정취와 어우러지면서 마치 설치미술 작품처럼 보인다.

월출산 아래 차향이 가득


월출산 밑으로 넓게 펼쳐진 차밭의 정경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차밭은 월출산이 솟아오른 바위들과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월출산은 예로부터 산 주변을 중심으로 차나무가 재배됐다. 월출산 기슭은 해마다 5월이면 초록빛이 감돌기 시작해 여름이면 절정을 이룬다.

전남 남해안 지역은 옛부터 녹차를 애호하는 문인·선비들의 전통사상이 면면이 이어져온 곳으로, 특히 강진과 해남 지역의 녹차 사랑은 초의선사와 다산 정약용의 영향으로 그 뿌리가 더욱 굳건하다. 좋은 차는 명산에서 생산된다는 말이 있듯이 월출산은 명차 생산지로 유명하다. 해방 직전까지 국내 최초의 녹차 제품인 '백운옥판차(白雲玉板茶)'가 생산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월출산은 적당한 습도와 주야간 온도차가 크고 안개가 많아 차의 떫은 맛이 적고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강진다원은 이른 봄부터 어린 싹을 채엽하기 시작해 1년에 3~4회 잎을 딴다. 해마다 봄철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강진다원 인근 관광지로는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인 다산초당, 백련사, 영랑생가, 강진고려청자도요지 등이 있다.

강진다원을 뒤로 한 채 영랑생가를 찾았다. 영랑생가는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인 영랑 김윤식(1903~1950)의 생가를 1985년 강진군에서 매입해 원형 그대로 보존·관리해오고 있다. 생가에는 시의 소재가 됐던 동백나무, 장독대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영랑은 남도 사투리를 음악성 있는 시어로 표현한 서정시인이면서 단 한줄도 친일과 관련된 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민족시인이다. 어릴 때에는 '채준'으로 불렸지만 '윤식'으로 개명했다. 영랑은 아호인데 문단활동 시에는 주로 이 아호를 사용했다. 영랑은 주옥같은 시 80여편을 발표했는데 1930년 3월 창간한 '시문학'지를 중심으로 박용철, 정지용 등과 더불어 현대시의 새 지평을 열었다. 영랑은 생애 87편의 시를 남겼다. 그중 60여편이 일제강점기에 창씨개명 등을 거부한 채 이곳 영랑생가에서 썼다고 한다.

영랑 생가 뒤편에 조성된 세계모란공원은 영랑의 문학적 감성과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생태문학공원이다. 사계절 모란을 감상할 수 있는 유리 온실과 세계 각국의 다양한 모란의 자태를 느낄 수 있는 8개국 50종류의 세계모란원, 약수터의 물을 이용한 생태연못, 휴식과 공원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수 있는 전망대 등이 조성돼 있다.

천혜의 자연 속에 깃든 그림 같은 풍경이 일품인 백운동별서정원은 조선 중기 백운처사 이담로(1627~1701)가 들어와 계곡 옆 바위에 '백운동(白雲洞)'이라 새기고 조성한 원림으로, 인공과 자연이 적절히 배합된 배치와 짜임새를 이루며 우리 전통 원림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별서(別墅)다.

백운동에는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에 관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백운동 풍광을 잊지 못한 다산이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서시와 발문 외 총 8수의 시를 직접 짓고, 초의선사가 3수, 제자 윤동이 또 1수를 쓰게 해 모두 14수의 시를 완성했다. 이중 절경은 백운동정원 제1경인 월출산의 옥판봉이 바라다 보이는 풍경이다. 정자에서 월출봉쪽 나무숲 사이로 볼 수 있다.

영양 가득한 강진 회춘탕


강진 회춘탕은 조선시대부터 해산물과 육고기가 풍부한 강진에서 생겨난 일종의 보양음식이다.
이 음식에는 먹으면 회춘한다는 재밌는 이름과 함께 고려 역사유적지인 마도진과 연관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소금을 한 톨도 넣지 않고 가시오가피, 당귀, 헛개나무, 뽕나무 등 12가지 한약재를 1시간 이상 푹 고아 담백하게 우려낸 국물에 문어와 전복, 닭을 넣고 끓여 영양은 물론 식감이 아주 좋은 것이 특징이다.
문어와 전복, 닭살코기를 거의 다 먹었을 무렵에 녹두찰밥을 넣어 자작하게 죽을 만들어 먹으면 속이 든든해진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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