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블록체인 로켓’에 엔진이 없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9 17:41

수정 2020.07.09 17:58

[기자수첩] ‘블록체인 로켓’에 엔진이 없다
2018년 5월 가상자산 투기 광풍과 함께 많은 이들이 '블록체인 로켓'에 올라탔다. 로켓에 탄 사람들은 서로 샴페인 잔을 기울이며 탈중앙화와 데이터 주권 등 블록체인·가상자산 기술의 가치를 떠들어댔다.

약 2년이 흐른 지금 파티는 없다. 탈중앙화 기반 토큰경제나 데이터 주권을 지켜주는 서비스도 없다. 일반 대중의 관심은 여전히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가격에 쏠려 있다. 설상가상 유틸리티 토큰이나 다른 가상자산들은 발행량 조작이나 사기 논란에 휩싸여 사라졌다.


하지만 '블록체인 로켓' 조종석에는 구글의 핵심 DNA인 '문샷싱킹(moonshot thinking, 우주로 사람을 쏘아 올리는 수준의 혁신적 사고)'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남아있다. 자본과 인재 등 로켓 엔진과 핵심부품만 추가 장착되면 곧바로 날아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역시 주요 선진국과의 블록체인 기술격차를 좁힐 수 있다며 '골든타임'이란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내 들었다. 지난달 발표된 '블록체인 기술 확산 전략'이다. 이른바 '종합선물세트'처럼 연구개발(R&D) 등 기술 로드맵과 일회성 지원책만 가득하다.

그러나 진정한 골든타임은 블록체인·가상자산 기술 혁신가 등 인재와 자본이 갖춰졌을 때 잡을 수 있다.

블록체인·가상자산 업체에 젊은 인재가 모이고, 초기투자가 이뤄지려면 규제 불확실성부터 걷어내야 한다.
부동산과 콘텐츠 등 온·오프라인 자산의 토큰화는커녕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정산 과정에 필요한 토큰마저 무조건 금지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막연한 불신만 쌓인다. 불신만 가득한 신생산업에 누가 투자를 하고, 젊은 날의 열정을 쏟을 것인가.

블록체인 로켓의 엔진이 없는 지금은 '제2의 알파고 쇼크'만 예상할 수 있을 뿐이다.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를 직접 마주친 후에야 '한국판 AI'나 '한국판 알파고' 등을 운운한 것처럼 또 다른 블록체인·가상자산 관련 빅뱅을 겪은 후에 '한국판 블록체인'을 외칠 것인가. 블록체인·가상자산 관련 법·제도를 다듬고 규제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골든타임을 잡을 수 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정보미디어부 블록체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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