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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경제 불황과 자산시장 과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9 17:59

수정 2020.07.09 17:59

[fn논단] 경제 불황과 자산시장 과열
지난달 28일 블룸버그통신은 우리나라의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1.8%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 이는 그나마 선전했던 1·4분기 1.4%에 비해 더욱 악화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4분기 -1.7% 이래 최악의 경제후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2·4분기 수출이 1104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0.2% 급감하고, 5월의 전 산업 생산이 전년동월 대비 5.6%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1.7% 증가했으나 건설기성은 4.3% 감소하는 등 경기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위기 조짐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더욱 뚜렷하다. 블룸버그는 올해 2·4분기 성장률을 미국 -34.5%, 일본 -22.3%, 독일 -11.9%, 영국은 -18.1% 수준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4.9%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실물경기의 심각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상황으로 회복되거나 오히려 높아지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2019년 말 대비 9.3% 하락했으나 나스닥지수는 15.3%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최근 경신했다. 일본 닛케이는 5.1% 하락했지만 중국의 상하이지수는 11.6% 상승했다. 우리나라 역시 코스피는 1.8% 하락했지만 코스닥은 14.4% 상승했다. 실물경제가 전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솟는 주가 상승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 3월 기준금리 0.00∼0.25%로 이른바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고, 우리나라 역시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했다. 여기에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고, 우리나라 역시 지난 4월 통화량(M2 말잔 기준)이 2019년 말 대비 97조8000억원 늘어났고 전년 동월에 대비해서는 9.1% 증가했다. 이런 각국의 특단의 조치들이 지난 3월의 증권시장 폭락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 달리 부동산 시장까지 들썩이고 있다. 문재인정부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코로나19라는 역대급 심각한 경기후퇴 국면에도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이 먹히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지만, 기본적으로 저금리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및 적금 중도해지 규모는 6조4533억원으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황에 따른 현금 확보도 있겠지만 주식 및 부동산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동성 장세를 마냥 긍정적 시각으로만 볼 수 없다. 정부가 돈을 풀자 주가와 아파트가격은 뛰어오르는데 소비자물가는 0%대를 유지하는 기이한 현재의 경제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실물경제와 유리된 주가와 아파트 가격 상승은 궁극적으로 버블로 진단될 수 있고, 버블은 특정한 조건에서 급격히 붕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현재는 아파트 가격 상승의 부작용이 논란이 되고 있고,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책이 현 시점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규제 정도가 중층적으로 누적되면 어느 순간 버블 붕괴가 초래될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이 전세가격보다 낮아지는 등 어렵사리 이룬 내 집 마련의 꿈이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와 이에 따른 일본식 장기 경제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연장선에서 다차원적 분석과 면밀한 대처가 필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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