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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와튼스쿨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9 17:59

수정 2020.07.09 17:59

미국 뉴저지 남부에 가면 온갖 수목이 울창한 '와튼 스테이트 포리스트'(Wharton State Forest)라는 곳이 있다. 1876년 당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황폐한 이곳을 필라델피아 출신 기업가인 조지프 와튼이 사들였다. 개발의 그림자가 얼씬도 못해 오늘날까지 생태학 연구의 보고(寶庫)로 일컬어진다. 1909년 와튼이 사망한 후 그가 소유했던 농지와 삼림은 뉴저지주에 의해 그의 이름을 따 와튼 스테이트 포리스트가 됐다.

와튼의 기업가 기질 때문이었을까. 와튼이 1881년 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학 아이비리그에 속한 펜실베이니아대에 기부해 설립된 게 바로 '와튼스쿨'이다. 와튼스쿨은 재계나 금융계에선 '하이패스 스펙'으로 통(通)한다.
이곳 출신이라면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보증수표'가 된다. 전기차 잭팟을 터뜨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와튼스쿨 출신이다. 한국에도 사모펀드(PEF) 업계 등에서 활약 중인 졸업생이 상당하다. 1세대에는 조건호 파인스트리트 회장과 윤영각 파빌리온자산운용 회장이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와튼스쿨 부정입학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혹 제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딸인 메리 트럼프가 쓴 책에서 비롯됐다.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와튼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친구에게 돈을 주고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을 대신 치르게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자신이 '슈퍼 천재(super genius)'이기에 와튼스쿨에 들어갔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2017년 6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현 주중대사)에게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이라며 끈끈한 동문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온통 11월 대선에 쏠려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종차별 문제, 미·중 패권전쟁, 북한 비핵화 이슈 등으로 갈 길 바쁜 트럼프 대통령이 대학 부정입학 의혹에까지 휩싸이면서 이래저래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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