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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잠들길'…박원순 분향소, 조문객 4000명 육박(종합2보)

뉴스1

입력 2020.07.11 17:24

수정 2020.07.11 17:24

시민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2020.7.1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시민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2020.7.1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시민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2020.7.1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시민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2020.7.1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조문을 마친 뒤 오열하고 있다.2020.7.1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조문을 마친 뒤 오열하고 있다.
2020.7.1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정지형 기자 = '당신의 삶을 기억하겠습니다. 그곳에서 편히 잠들기 바랍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64)의 장례 이튿날이자 서울시청사 앞에 분향소가 차려진 첫날. 이곳에는 분향소 개소 6시간 만에 박 시장의 생전을 기억하고 기리는 시민 약 4000명이 박 시장의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유례없는 서울특별시장(葬)과 분향소 설치, 성추행 논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부터 박 시장의 분향소가 운영된 가운데 오후 5시 기준 분향객 수는 3880명이다.

서울광장에는 박 시장의 사망을 추모하기 위한 이들의 발걸음으로 큰 원이 그려진 상태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박 시장의 빈소만큼 이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시 직원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박 시장의 사망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광장을 이른 시간부터 찾았다.

곳곳에서 곡소리가 났고, 방명록을 쓰는 천막에서도 울음소리를 금방 들을 수 있었다. 조문을 끝내고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옷깃으로 눈매를 닦는 사람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내 큰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서울시 도서관 맞은편에 이날 숨진 백선엽 장군과 관련 '백 장군 국가장'이란 문구를 든 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 20여명은 박 시장의 '서울특별시 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빨갱이', '성추행'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밖에도 박 시장의 사망 배경으로 꼽히는 '미투' 논란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과 조문객들의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분향소에 나선 경찰의 제지가 이어졌다.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기부터 거리두기, 손소독제 사용이 한창이었고 분향 역시 7명씩 진행됐다. 이후 방명록에 박 시장을 기리는 문구를 적고 시민들은 서울광장을 빠져나갔다.

경기도 일산에서 분향소를 찾은 김모씨(65·여)는 이날 오전 7시 집을 나서 가장 먼저 분향소에 도착했다.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그는 "너무 안타깝고 애통해 멀리서 이른 아침부터 준비해 분향소를 찾았다"며 "하늘나라에 가서 훨훨 날았으면 한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어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놀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늘 서민을 위해서 솔선수범했던 고인이기에 안타깝고 비통하다"고 덧붙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분향소를 찾았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김모씨(52)는 "최장수 시장이고 소외계층이나 약자를 위한 정책도 많이 펼친 분"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간 살아 있을 때 힘든 일이 많았을 것"이라며 "더는 마음 쓰지 말고 편히 쉬라고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은 늘어났고 분향소에 걸린 박 시장의 사진을 보며 묵념하는 이들의 수도 늘었다. 분향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시장님'을 부르는 곡소리가 나기도 했다.

일각에선 박 시장의 사망 배경으로 꼽히는 '미투' 논란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박모씨(52)는 "원인이 어떻든지 간에 애도하는 마음에서 왔다"고 어렵게 입을 뗐다.

박씨는 "결과적으로 사망하니까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처럼 '잘못이 있다면 밝혔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분향소가 개소되자 가족 단위의 조문객도 볼 수 있었다. 서울 도봉구에서 온 길모씨(41·여)는 "성추행 의혹이 어디까지 맞는진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 깨끗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문스럽다"며 "진실을 밝혀 주길 바랐지만…(그러지 않았다). 박 시장이 냉정하셨던 분이니만큼 아이들도 박 시장이 어땠는지 알지 않을까 해서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그의 딸 오모양(12)은 "좋으신 분으로 알고 있다"며 "깜짝 놀랐지만, 이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전날(10일) 오전 0시1분쯤 북악산 성곽길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의 딸이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신고를 한 지 7시간 만이었다.

박 시장은 유서를 통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박 시장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13일이다.
서울광장 분향소는 13일 오후 10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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