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전염병·홍수… 국경없는 대재앙에도 국제공조는 없다 [글로벌 리포트]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2 17:24

수정 2020.07.12 18:24

원인불명 폐렴·뇌먹는 아메바·흑사병 등
변이한 형태의 감염병 세계적으로 확산
예상 불가능한 자연재해로 인명·재산피해
국경없이 몰아치는 대재앙 시그널에도
협력·공조 외면한채 자국우선주의 일관
지난 4일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일대에 최대 시간당 100mm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히토요시 시내가 초토화 됐다. AP뉴시스
지난 4일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일대에 최대 시간당 100mm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히토요시 시내가 초토화 됐다. AP뉴시스
파키스탄 외곽에 몰려든 메뚜기 떼가 나뭇가지에 붙어 있다. 파키스탄의 연간 밀 수요가 2747만 톤인 데 올해 수확량은 2500만 톤 미만으로 이는 메뚜기 떼를 포함한 폭우, 곰팡이 등이 원인이다. AP뉴시스
파키스탄 외곽에 몰려든 메뚜기 떼가 나뭇가지에 붙어 있다. 파키스탄의 연간 밀 수요가 2747만 톤인 데 올해 수확량은 2500만 톤 미만으로 이는 메뚜기 떼를 포함한 폭우, 곰팡이 등이 원인이다.
AP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가 현 상황으로는 코로나19가 사라질 것 같지 않다고 우려한 가운데 12일(한국시간)을 기준으로 전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1284만1500여명, 사망자 수는 56만7000여명이다. AP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가 현 상황으로는 코로나19가 사라질 것 같지 않다고 우려한 가운데 12일(한국시간)을 기준으로 전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1284만1500여명, 사망자 수는 56만7000여명이다. AP뉴시스

【 베이징·도쿄·서울=정지우 조은효 특파원 홍창기 기자】 코로나19 이후 각종 전염병이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여기에다 홍수와 지진, 뇌우, 메뚜기떼 습격 등 자연재해까지 세계 곳곳에 들이닥쳤다. 코로나19의 상황을 수습하기도 전에 원인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또 다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고 불규칙하며 예측 불가능한 카오스 수준의 재난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여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이런데도 세계 각국의 협력과 공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국 우선주의 확산 등 역세계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각국의 지도자 리스크는 다른 형태의 재앙이다.

또 다른 팬데믹 우려


지난해 12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 호흡기감염질환, 즉 코로나19 이후 세계를 잇따라 긴장시키는 중심은 중국이다.

쥐, 다람쥐 등 설치류에 기생하는 벼룩으로 바이러스가 옮겨져 발생하는 흑사병(페스트)은 중국과 몽골에서 종종 확인되는 고위험 전염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고열에 현기증, 구토 등이 있고 의식이 혼탁해지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치사율이 50%에 이른다. 비말(침방울)을 통해 사람 간 전염도 이뤄지므로 치명적이다. 흑사병은 지난해 말 이후 잠잠하다가 최근 중국 북부 네이멍구자치구 바옌나오얼시에서 확진자가 재차 발생했다. 흑사병균도 3곳에서 검출됐고 15명의 밀접접촉자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에서 흑사병이 잘 관리되고 있으며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각국 네티즌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선 신종 돼지독감 바이러스도 발견됐다. G4로 불리는 이 바이러스는 돼지에 의해 옮겨지나 사람이 감염될 수도 있고 사람끼리 전파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연구진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G4는 더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사이에서 쉽게 확산될 수 있고 팬데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새롭게 나타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사람은 면역력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코로나19보다 치사율이 높은 폐렴이 확산되고 있다. 이 질병은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카자흐스탄 주재 중국대사관은 지난 10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카자흐스탄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에 1772명이 사망하고 특히 6월 한달 동안에만 628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주의를 권고했다.

코로나19 넘는 감염·치사율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뇌 먹는 아메바 감염 사례가 재차 등장했다. 일단 걸리면 사망한다고 봐야 한다.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전체에서 감염 사례는 1962년~2018년까지 145건이다. 발생 건수는 많지 않지만 문제는 치사율이다. 145건 확진환자 중 살아난 사람은 4명에 불과하다. 폭스뉴스는 지난해에도 미국에서 10세 소녀와 성인 남성이 호수와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했다가 뇌 먹는 아메바로 사망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처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동남아시아의 경우 어린이 전염병 디프테리아와 뎅기열 등이 골머리다. 베트남 유력매체 VN익스프레스는 최근 한달 새 닥농을 비롯한 자라이성 등 중남부 고원지대에서 디프테리아 환자가 65명 발생해 4~13세 어린이 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디프테리아는 급성 호흡기질환으로 침방울이나 접촉으로 전파된다. 치사율은 10%다. 4~5%에 이르는 코로나19보다 높다. 주로 호흡기 점막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발생한다. 라오스는 코로나19 확진자보다 뎅기열 확진자가 많다. 지난 1~6월 2253명이 뎅기열에 걸려 이 가운데 7명이 목숨을 잃었다.

물난리·지진·뇌우·메뚜기떼


중국과 일본은 홍수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은 올 상반기 홍수와 지진, 우박, 가뭄 등 자연재해로 4960만9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41.5% 늘어난 수준이다. 또 271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91만3000명은 긴급 대피했다. 일본은 수일간 지속된 기록적 폭우로 규슈 지역 138만명이 대피했지만 81명이 목숨을 읽거나 실종됐다.

동아프리카와 서아시아, 동남아시아는 메뚜기떼 습격이 위협이다. 메뚜기떼는 농작물과 과일 등 온갖 종류의 식물을 먹어치우기 때문에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2500만명 이상이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 이들 메뚜기떼는 남서풍을 타고 빠르게 동진 중이다. 이미 인도를 지났고 일부가 쌀 수출국이 모여 있는 동남아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력·공조 실종…제 살길만


각국이 이처럼 혼돈의 연속이지만 해법은커녕 원인조차 불분명한 재해가 상당수다. 여태껏 없었던 '신종'이므로 바이러스의 근원부터 파헤쳐야 한다. 질병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백신도, 치료약도 당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코로나19도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로 시작됐다. 더욱이 바이러스는 그 특성상 변이를 거친다. 매개체를 수차례 건너다니며 여러 차례 변종으로 발전할 경우 그 후폭풍은 지금보다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변종의 등장으로 피해가 늘었었고 코로나19도 변종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돼지독감도 '신종'이며 카자흐스탄의 폐렴은 무엇인지도 모른다.

또 홍수와 뇌우, 지진 등은 인간의 힘으론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힘이다. 예방과 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일각에선 산업혁명 이후 오랫동안 진행된 지구온난화가 이번 홍수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나카키타 에이이치 교토대 교수는 높은 수온과 기온이 수증기를 늘려 기록적인 폭우의 원인이 되는 점을 근거로 "최근 호우는 온난화 영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기후변화로 사막 메뚜기 부화와 개체수 증가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각국은 제 살길 찾기에 바쁘다. 팬데믹은 국제적 협력과 공조가 필수인데도 자국 중심주의로 타국을 배척한다. 초강대국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했으며 중국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역시 인도, 남중국해, 대만, 일본 등과 분쟁 중이다. 각국이 코로나19 피해 최소화와 경제 정상화에 정신이 없는 '혼란'을 틈탄 야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전문가 10명 가운데 6명은 미·중 관계를 '신냉전' 상황으로 인식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9일 보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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