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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회사채도 사전청약 미달… 기업 자금조달 위기론 엄습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2 17:44

수정 2020.07.12 17:44

6월 이후 수요예측 미달 6곳
이중 5곳 신용등급 A급 기업
작년 한해 7곳 감안하면 '최악'
BB이하 하이일드 시장도 냉각
A급 회사채도 사전청약 미달… 기업 자금조달 위기론 엄습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신용등급 A급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회사채 사전 청약에서 미매각 사태가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비교적 우량한 기업들조차 채권시장에서의 조달이 힘들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이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조달 기능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채권시장'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7월 9일 공모 회사채 발행 전 갖는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맞은 기업들은 총 6곳이다.

이 중 5곳이 신용등급 A급에 해당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GS건설(A0), 사조산업(A-), 농협금융지주(AAA), OCI(A0), HDC현대산업개발(A+), 대우건설(A-) 등이다.


지난해 A급 이상 기업 중 수요예측 미매각을 맞은 기업수가 총 7개라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의 조달 상황은 더욱 여의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렇다보니 차환·운영자금은 물론 인수합병(M&A)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실탄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3000억원 목표로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10억원의 자금 모집에 그치며 참패를 겪었다. 이에 이달 13일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은 큰 부담을 지게 됐다.

정부가 지난 3월 해외 지수 폭락에 따른 채권시장 경색에 부랴부랴 채권안정펀드 등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낙수효과는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채권시장 지원책으로 AA등급 이상 채권까지는 정상화됐지만 A등급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안한 경기전망에 기관투자자에 해당하는 연기금과 증권사들이 우량채 투자로만 쏠린 결과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우량 등급의 회사채 발행은 대체로 성공적"이라면서 "다만 AO급 이하로는 아직 가산금리가 높고 리테일 수요에 의존하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모채 시장에서 BBB등급 이하 기업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같은 기간 BBB급 이하 신용도로 공모시장에 나온 곳은 한양(BBB+), 키움캐피탈(BBB+) 두 곳에 그쳤다.

신평업계는 채권시장의 허리인 BBB급이 소멸하고 있다며 '채권 시장의 위기'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BBB등급이 활성화돼야 A등급 이상 우량채권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면서 "더불어 BB등급 이하의 하이일드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BB등급이 사라지면 A등급도 약화될 수 있고 BB 이하 등급은 존재하기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국내에서는 A등급 이상 대기업만이 채권을 발행하는 직접금융시장의 혜택을 보고 있다"면서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라 할 수 있는 BBB등급 이하의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벤처기업 모두 직접금융시장 창구가 막혀있다고 봐도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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