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조건 까다롭고 이자율도 은행보다 높다" 기안기금 공고났지만 해운업계 '시큰둥'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2 17:47

수정 2020.07.12 17:47

실제 신청업체 2~3곳 불과할 것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간산안정기금(기안기금) 공고가 났지만 정작 우선지원 대상인 해운업계의 반응은 시원찮다.

지원자격에 부합하는 업체가 10여곳에 불과한데다 조건도 까다로워 실제 신청업체는 2~3곳에 불과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안기금이 항공업계에 맞춰 설계돼 해운업계의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12일 "기안기금 요건을 충족한 업체가 10여곳 정도 되지만 팬오션이나 대한해운 처럼 흑자를 내는 곳들은 신청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증명도 문제고 실제 지원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얼마 안될 것으로 보여 실제 신청업체는 2~3곳이나 될지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기안기금 우선 지원대상은 항공·해운업종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입금 5000억원 이상, 직원수 300명 이상 기업으로 대부분의 업체가 자격에 미달한다. 현재 한국선주협회 회원사 154곳 중 이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는 10여곳에 불과하다.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지원조건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이익공유 차원에서 총지원액의 최소 10%를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주식연계증권 방식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차입금 5000억원이 넘는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에 오너들은 꺼려할 수밖에 없는 조항"이라며 "이자율도 시중금리 보다 높은데 굳이 기안기금을 신청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안자금운용방안에는 대출금리를 시중금리+a 수준으로 설정했다. 시중금리 보다 더 높은 이자를 내고 기안기금을 신청하느니 시중은행에서 바로 빌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지원규모 산정방식도 문제다. 자금지원 규모는 경영상 필요자금(매입채무+이자비용+운영비용)에서 예상 매출를 차감해 결정된다. 이 관계자는 "공고대로 하면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나오는 업체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증명하느냐가 관건이다. 같은 우선지원 대상인 항공업계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상황이 명확히 나타나지만 해운업계는 피해상황을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피해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해운업체 관계자는 "기안기금은 항공업종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항공사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자금이 급해 오너가 직접 뛰어다니는 상황이 아닌 이상 기안기금을 신청하자고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안기금 대신 해양진흥공사의 자본금을 5조에서 10조로 늘려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달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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