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코로나에 최저임금 폭탄까지… 문 안 닫으려면 직원 줄여야" [현장르포]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2 17:49

수정 2020.07.12 18:29

벼랑 끝 외식업계
온 가족 동원한 식당들
매출 30% 줄었는데 시급 올린다니
자영업자 지원책도 함께 내놓아야
학생 발길 끊긴 대학가
비대면 강의에 식당가 문닫을 판
최저임금 오르면 단체행동 불사
지난 10일 금요일 저녁을 맞아 사람들이 서울 연남동을 오가고 있다. 이 지역은 대부분 이전 매출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사진=이설영 기자
지난 10일 금요일 저녁을 맞아 사람들이 서울 연남동을 오가고 있다. 이 지역은 대부분 이전 매출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사진=이설영 기자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는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은 상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조지민 기자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는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은 상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조지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외식업계가 이번에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벽'을 만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미 인력을 줄인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더 오를 경우 그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올해 최저임금은 8590원이다. 2021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지금까지 7차례 회의를 열었다. 지금까지 노동계는 9430원(9.8% 인상)을, 경영계는 8500원(1.0% 삭감)을 제시한 상태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에서 1만원(16.4%)을 제시하기도 했다.

코로나19·최저임금 '설상가상'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연남동, 충무로, 강남역, 신림역 일대의 외식사업장을 돌아보니 업주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 직원을 줄이거나 폐업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연남동은 금요일 저녁을 맞아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이날 오후 6시쯤 찾은 한 감자탕집은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려는 혼밥 손님과 술안주로 감자탕을 먹으려는 손님이 30분 사이 4~5팀 들어왔다.

감자탕집 업주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놀랐다"며 "이 지역은 그래도 다른 곳들에 비해 평일이나 주말 가릴 것 없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인데도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30%가량 떨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24시간 운영하는 이곳은 현재 13명을 고용하고 있다. 임대료에 인건비 상승이 더해질 경우 타격이 크다. 비용을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금도 온 가족을 동원해 가게를 꾸려가고 있단다.

이 업주는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오른다면 인원을 더 줄이는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지금은 일을 많이 하거나 잘하는 직원에게는 임금을 더 주기도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은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으로 꼽히지만 이면도로는 물론 대로변에서도 임대 물건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강남역 상권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시급을 올리면 그 부담을 업주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시급을 올리려면 정부가 자영업자 지원책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화문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정모씨도 "광화문 인근은 사무실이 많아 회식 등 단체손님 비율이 높은데 코로나19 이후 단체손님이 급감해 매출이 50%가량 떨어졌다"며 "결국 전체 직원 10명 중 4명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생 없어진 대학상권 충격 더 커


신림역 인근은 외부 방문객과 함께 인근 대학생들의 방문이 많다. 하지만 서울대가 1학기에 이어 2학기도 비대면 강의로 진행할 방침이어서 이 지역 상권은 울상이다.

신림역 근처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바쁠 때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는데 매번 그러기도 힘들다"면서 "인건비가 크게 오르게 되면 가게 운영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올해 초 홀서빙 인원을 줄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인건비부터 줄일 수밖에 없었다.

신림역 인근 편의점주 서모씨는 "시급을 1000원 이상 올리자는 것은 XX소리"라면서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점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현재도 일부 매장에선 아르바이트 직원을 채용할 때 '최저시급 이하를 준다'고 미리 얘기하고 고용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는 점주와 조금이라도 벌어야 하는 구직자들의 현실이 불법을 만들어낸 것이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이런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국대, 경희대, 명지대 등 주로 대학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된 지역은 타격이 더 크다.
코로나19로 손님이 급감해 고용을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곳들도 부지기수다.

동국대 후문에서 호프집을 하는 임모씨는 "일단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학교가 오프라인 개강을 해야 시급 상승의 여력이 생기지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 사치"라며 씁쓸해했다.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서울 시내 대학은 2학기에도 주로 비대면 수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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