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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네 미투탓' 진보·보수서 던지는 화살…숨쉬기조차 어렵다"

뉴스1

입력 2020.07.13 13:55

수정 2020.07.13 17:40

2018년 1월 23일 JTBC에 나와 상관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고 있는 서지현 검사. 성추행 피해사실을 방송에서 드러낸 서 검사의 용기에 힙입은 많은 이들이 미투에 나섰다 .© News1
2018년 1월 23일 JTBC에 나와 상관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고 있는 서지현 검사. 성추행 피해사실을 방송에서 드러낸 서 검사의 용기에 힙입은 많은 이들이 미투에 나섰다 .© News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우리나라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서지현 부부장 검사(성남지청)가 13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죽음을 놓고 이곳저곳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을 압박, 숨을 쉬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서 검사(사법연수원 33기)는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이었던 2018년 1월 29일 방송에 나와 상관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서 검사의 미투는 우리사회에 내재해 있던 문제점과 모순이 밖으로 나오게 하는 등 인권, 여성운동의 획기적 전환점이 됐다.

서 검사는 박원순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왜 의견을 밝히지 않느냐', '미투로 박 시장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피해자의 편에 서 달라', '진보의 민낯을 밝히는데 동참해 달라'는 등 비판과 압력, 조롱, 강권 등에 시달려 왔다.

이에 서 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오신 고인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다"며 자신도 박 시장의 선택에 큰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또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며 박 시장이 원망스럽다고도 했다.


최근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 검사는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들이 쏟아졌다"며 "한쪽에서는 '함께 조문 가자', 한쪽에서는 '함께 피해자를 만나자',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를 냈으니 책임지라' 했다"는 것들이었다고 했다.

이에 서 검사는 "한마디도 입을 뗄 수 없고 숨쉬기조차 쉽지 않다"고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말하는 분도, 피해자 옆에 있겠다 말하는 분도 부러웠다"며 쏟아지는 시선, 자신의 선택을 이리 저리 해석하려는 이들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과 달리 조문하거나 피해자편에 서는 이들 모두 부러웠다고 했다.


서 검사는 "어떤 분들은 고인에 대한 기본 예의도 없이 무죄추정도 모르고 명복을 빌 수 있는게 부럽다는 소릴 하냐고 실망이라고, 어떤 분들은 입장 바꿔 네 가해자가 그렇게 되었음 어땠을지 상상해보라고 했다"며 "제가 그런 경우를 상상 안해봤을까봐…"라고 참 힘들다고 했다.

서 검사는 "'저 미친X, 3개월 내에 내쫓자'는 그들을 악행과 조롱을 견뎌내며 (버텨온 것은) 내가 손을 놓아버리면 혹여나 누군가에게 절망이 될까봐, 내 소중한 이들을 지키지 못할까봐 죽을 힘을 다해 위태위태하게 매달려(있었다)"고 한 뒤 "(이처럼 혼자 버티기도 힘든 나에게) 정치인도 국가기관도 아닌 제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모든 문제에 '서지현 나와라'하는 현상이 너무 두렵다고 했다.


끝으로 서 검사는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며 침묵 아닌 침묵을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한 뒤 "참으로 세상은 끔찍하다"고 참고 참았던 숨을 길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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