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언제까지 개미만 희생시킬 것인가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3 17:30

수정 2020.07.13 21:13

[기자수첩] 언제까지 개미만 희생시킬 것인가
개미. 개인 투자자들을 부르는 애칭이다. 기원은 불분명하지만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가진 힘이 미약하다고 느껴져 자조적으로 개미란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올해는 감히 '개미의 해'라고 부를 수 있을 듯하다. 기관과 외국인이 빠져나간 시장에서 나홀로 42조원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떠받치고 있어서다. 실제 개미란 곤충은 자기 몸무게의 5000배가량 무거운 것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고 하니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는 이 애칭이 꽤나 어울리는 느낌이다.

이들이 올해 증시로 대거 들어온 것은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규제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로 국내주식 가격이 대폭 떨어졌을 때 증시회복을 노리고 주식 계좌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개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국내 증시 매력이 점점 떨어진다며 짐을 쌀 분위기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이 주요 원인이다.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2000만원을 초과하는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고, 증권거래세율은 현행 0.25%에서 0.15%로 낮추기로 했다. 양도세를 새로 도입하면서 지금도 부과 중인 거래세는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거래세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프로그램을 동원한 단타 거래에 개인들은 '잃을 수밖에 없는 게임'에 나서는 셈이라는 게 이들의 토로다.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중단됐던 공매도 재개 시기가 다가오는 점도 개인들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외국인이나 기관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다시 투자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금융당국이 다음달 공청회를 열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는 점이다.

양도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선진화 방안인 것은 맞다. 공매도 역시 증시에 원활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다만 좀 더 공평하게 손을 보거나 시기 조율은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개미만 희생시킬 수는 없다.


지난 10년간 미국 다우지수는 151%,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133% 오를 때 코스피는 겨우 23% 상승했다. 국내 증시의 매력이 왜 떨어지는지를 알고 개선시켜야하는 상황에서 최근 늘어난 개미마저 떠나게 둘 수는 없다.
실망한 개미들의 국내 증시 엑소더스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 증시는 물론 자금조달이 필요한 기업에게도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