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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국-금융사, 금융범죄 대처 힘 모을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3 17:30

수정 2020.07.13 17:30

[기자수첩] 당국-금융사, 금융범죄 대처 힘 모을때
"디지털 금융을 활성화하라면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은 어떻게 잡으라는 건지…."

최근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을 금융사가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한 한 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보이스피싱이 고도화된 만큼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택트(비접촉) 금융 움직임과는 맞지 않다는 게 금융업계의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언택트 금융이 활성화될수록 보이스피싱 범죄를 최소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객이 사기단에 송금하기 전에 이를 막는 것이다. 실제로 보이스피싱에 속아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 대다수는 은행 측의 도움을 받아 이 위험을 벗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손쉽게 수억원을 송금할 수 있다.
오롯이 고객의 판단만이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 된 셈이다.

이미 은행들은 보이스피싱 자체를 예방하고자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앱까지 개발했다. '대포통장' 등 보이스피싱 의심 단어가 수차례 반복되면 휴대폰 진동음을 통해 경고하는 방식이다. 당행 고객이 아니어도 앱을 내려받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은행이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다한 셈"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고객이 비밀번호를 노출하지 않는 이상 보이스피싱 발생시 금융사가 전액배상하는 방안을 입법 추진할 예정이다. 언택트 금융 움직임에 따라 비대면 디지털 금융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금융거래를 꼼꼼히 규제하라는 것은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인터넷 거래 활성화로 영업점을 줄이는 마당에 고객에게 일일이 금융 거래 이유를 물을 수 없지 않으냐"면서 "예전과 달리 근래에는 소액 보이스피싱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은행이 거래를 전부 확인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에서 "디지털 혁신이 금융에 가져올 위협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도 변화된 금융환경에서 고도화된 금융범죄를 어떻게 대처할지 금융사들과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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