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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성소피아 박물관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3 17:36

수정 2020.07.13 17:36

터키의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의 옛 이름은 콘스탄티노플이다. 로마제국이 게르만 민족의 이동으로 위협받자 330년에 제2의 수도로 세운 도시다. 이곳은 본래 그리스의 식민도시인 비잔티움이었기에 동로마제국은 비잔틴제국으로도 불리게 된다.

1000년간 꽃핀 '비잔틴 문화'는 다문화적 성격을 띠었다. 그리스 문명, 즉 헬레니즘의 전통 위에 그리스도교적 색채가 덧입혀지면서다. 비잔틴제국은 콘스탄티노플이 1453년 오스만제국에 함락되자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했다.
다만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이후 이슬람 문화의 지배 아래 '문명 융합'이 더 확장된 측면도 있다.

비잔틴 문화의 걸작인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박물관이 요즘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며칠 전 모스크로 개조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다. 애초 동로마제국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537년 건립한 이래 정교회의 총본산이었지만, 오스만제국에선 황실 모스크였던 곳이다. 이후 터키 공화국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신정정치 대신 세속주의를 내걸고 박물관으로 전환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현지시간) 터키가 다시 이를 이슬람 사원으로 전환하기로 한 데 대해 "깊은 슬픔에 잠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계인들은 각기 처지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일찍이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했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문화도 당대의 정치 상황에 따라 재해석될 수밖에 없다.
대성당→모스크→박물관→모스크로 용도가 바뀐 이 세계적 문화유산의 관할권을 갖는 터키 정부의 결정에 왈가왈부하기도 쉽진 않을 듯싶다. 분명한 건 용도가 바뀌어도 비잔틴 문화의 융합적 속성은 전승돼야 한다는 세계인의 바람은 한결같을 것이란 사실이다.
모스크로 바뀌더라도 그 안의 예수와 성모 마리아,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그린 모자이크화까지 사라져선 안 될 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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