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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반값아파트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4 16:47

수정 2020.07.14 16:47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 가면 유독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다. 바로 반값 할인·반값 세일이다. 제값보다 아주 싼 가격에 물건을 판다니 소비자들은 구미가 당긴다. 이유는 많다. 생산자(기업)는 재고가 쌓이니 헐값에라도 팔아야 손해를 면한다. 수출 길이 막혀 박리다매를 해서라도 내수로 돌려야 조금이라도 이문이 남는다.
작정하고 동일하거나 비슷한 제품을 한데 묶어 싸게 파는 '1+1'도 있다.

'반값'이 주는 매력은 넘쳐난다. 반값에 필요한 물건을 사서 좋고, 반값에 두개 이상을 얻으니 마음까지 든든하다. 반값에는 정직한 마케팅도 있지만 숨은 상술도 상당하다. 일부 백화점·대형마트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면서 위층으로 올라가려면 반대쪽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은 상술의 미학이다. 물건도 이럴진대 아파트를 반값에 준다면 웬만한 사람이면 혹할 수밖에 없다. 최근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뭇매를 맞고 있다. 22회의 잇단 처방에도 집값만 오르자 사도, 팔아도, 갖고 있어도 징벌 수준의 세금을 매기는 지경까지 왔다.

최근 한동안 잊혀졌던 반값아파트가 소환됐다. 야당 인사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으로 민심이 요동치자 정치셈법으로 너도나도 반값아파트 건립을 강조한다. 반값아파트는 현대가 신화 고 정주영 회장이 원조다. 정 회장은 1992년 통일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반값아파트 대량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파트 값의 상당부분인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해 토지임대료를 받는 식이다. 과연 건설업계 대부다운 발상이다.

이명박정부 때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 강남에 반값아파트(보금자리주택)를 분양한 적이 있다. 시도는 좋았지만 집값 하락을 우려한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추가 공급이 안돼 정책효과를 별로 못봤다. 사실 반값아파트는 정치학 용어나 다름없다.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였다. 요즘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2년 뒤 대선에서도 반값아파트를 놓고 한바탕 설전이 오갈 듯싶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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