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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에… ‘거래허가 규제’ 피한 서초·도곡도 매물 잠겼다

강현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4 17:55

수정 2020.07.14 19:49

7·10 대책으로 매수심리 꺾여
다주택자 증여사례 급증할 듯
매물품귀 심화, 집값 뛸 가능성
"강남과 송파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고 2~3주 동안은 서초 일대에 매매 문의가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다 7·10 대책으로 세금폭탄이 떨어지니까 매수자와 집주인 모두 대기 상태로 돌아섰습니다."(서초구 서초동 A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대치동 학군 수요 대체재였던 도곡동도 지난 9일까지는 거래가 됐는데 대책 발표 이후에는 문의가 거의 없습니다. 이 근방에 거래가 워낙 없어서 지금은 다른 지역 중개거래까지 알아보고 있습니다."(강남구 도곡동 B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해 잇따라 신고가를 기록하던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도곡동의 거래가 뚝 끊겼다. 7·10 부동산 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양도세), 취득세 모두 대폭 강화돼 매수심리가 한풀 꺾인 탓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던 거래절벽이 현실화한 만큼 이들 지역의 증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10일 기준으로 거래·문의 사라져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7·10 대책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서초구와 강남구 도곡동 일대에서는 신고가 거래 행진이 이어졌다. 6·17 대책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다.

실제 강남구 도곡동 대장주인 '도곡렉슬' 전용 84.99㎡는 이달 3일 26억5500만원(8층)에 팔려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신고가인 24억9000만원(16층)에 비해 1억6500만원 뛰었다. 서초구에서도 잠원동 '롯데캐슬갤럭시' 전용 109.56㎡가 지난 1일 22억5000만원(6층), '서초동롯데캐슬리버티' 전용 84.99㎡는 14억9900만원(6층), '서초포레스타2단지' 전용 84.48㎡도 13억4000만원(14층)에 거래되는 등 모두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6·17 대책을 내놓은 지 채 한 달도 안 돼 7·10 대책이 나오자 거래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일대 중개사들은 "매수뿐 아니라 집주인의 매도심리도 큰 폭으로 꺾인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도곡렉슬 단지 인근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하고 나서 도곡동이라도 잡자는 심리 때문에 나름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며 "7·10 대책으로 세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으니 당분간은 거래가 안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앞서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대상 종부세를 최고 6%, 양도세와 취득세는 각각 70%, 12%로 인상키로 발표했다.

서초 방배동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거래가 돼야 가격이 내려가는데 취득세를 늘리면 어떻게 거래가 되겠냐"며 "대출도 막히고 세 부담도 커져 정말 부자가 아닌 이상 강남3구에 들어오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매물 잠겨 집값 더 뛸 수도


서초구와 도곡동 등의 거래절벽이 나타나자 전문가들은 "우려했던 상황"이라며 향후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뿐 아니라 다주택자 사이에서 증여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종부세에 양도세까지 높였기 때문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증여를 택할 것"이라며 "시장 내 매물품귀 현상이 더욱 심화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토지거래허가지역 인근 지역도) 보유세와 거래세가 동시에 무거워진 상황이라 일부 버티기 수요에 의한 매물 잠김 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며 "낮은 거래량 속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 움직임은 당분간 강보합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niki@fnnews.com 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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