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선행조건 해결 못한 이스타…제주항공 "최종결정 연기"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6 10:38

수정 2020.07.16 16:20

"이스타홀딩스 15일 공문 진전 없다"...선결조건 끝내 해결 못해
업계 "코로나19 장기화 항공업황 '시계제로'...제주, 동반부실 우려"
이행보증금 115억원 반환두고 다툼 예상...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 밟을 듯 

선행조건 해결 못한 이스타…제주항공 "최종결정 연기"
[파이낸셜뉴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파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달 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에 요구한 인수를 위한 선행조건을 끝내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계약 해제 통보 시점은 추후로 미뤘다.

제주항공은 16일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지난 3월 2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한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전날 이스타홀딩스로부터 계약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지만, 앞서 제주항공 측이 요구한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해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홀딩스 측에 15일 자정까지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선행조건은 이스타항공 태국 현지 총판 타이이스타젯의 지급보증 사안 해소와 이스타항공 체불임금과 조업료·운영비 등 그간 이스타항공이 연체한 각종 미지급금 약 1700억원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날 발표에 따라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가 지난해 12월 양해각서(MOU) 체결부터 지금까지 진행돼 온 8개월 남짓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거래는 없던 일이 됐다. 다만 제주항공 측은 "앞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중재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18일 이스타홀딩스와 특수관계인 2인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51.17%)를 695억원에 인수하기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양해각서 체결에 따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이행보증금으로 115억원을 먼저 지급했고, 이스타항공이 발행한 전환사채(CB) 100억원을 인수했다.

당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총 68대의 항공기를 확보하게 돼 업계 2위 진에어와 격차를 크게 벌릴 것이라고 봤다. 특히 국제선 점유율이 대한항공 33.4%, 아시아나항공 23.0%에 이어 19.5%까지 상승하고, 국내선의 경우 24.8%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가 장기화가 이번 거래 무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0년 글로벌 항공업계 순손실이 100조원 규모로 전망된다"며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밀고 가다간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애경그룹 내부에서 제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에 앞서 지급한 이행보증금 115억원에 대한 반환을 두고 다툼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무산된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 지 여부에 따라 계약금 반환 여부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이스타항공 임직원 체불임금에 대한 책임소재 등이 다시 한번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007년 10월 군산을 거점으로 한 전북지역 최초의 LCC로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5대로 출발, 2010년 108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항공기 23대를 운항하는 국내 5위 LCC로 성장했지만 보잉 737맥스8,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라는 각종 악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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