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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디지털 뉴딜에 거는 우려와 기대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6 17:47

수정 2020.07.16 17:47

[여의도에서] 디지털 뉴딜에 거는 우려와 기대
트랜스포머, 산 안드레아스, 엑스맨. 이 세 가지 블록버스터 영화엔 공통점이 있다. 후버 댐(Hoover Dam)이 나온다. 트랜스포머에선 디셉티콘 진영의 로봇 '메가트론'이 후버 댐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재난영화인 산 안드레아스에선 이 댐이 무너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엑스맨의 인기 히어로 '울버린'의 탄생 배경지이기도 하다. 후버 댐은 1936년 미국 남서부 콜로라도 강에 만들어졌다.
높이 221m, 너비 200m. 저수량과 발전량은 춘천 소양강 댐의 10배다. 수위가 높아지자 인근 마을이 수몰됐다고 하니 그 위용을 잠작할 만하다.

후버 댐은 그 크기만큼이나 미국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30년 초 미국은 대공황을 겪으며 경기가 바닥을 쳤다. 임금을 적게 받던 근로자들은 물건을 적게 사기 시작했고, 그 탓에 공산품도 잘 팔리지 않았다.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경기를 부양할 방안을 제안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주택, 도로, 댐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시설 확충에 대대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뉴딜' 정책을 추진한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으니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뉴딜 정책의 한복판에 후버 댐이 있다. 건설공사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일자리를 찾는 인력이 모여들었고 6개의 인력회사가 이들을 모집하고 투입해 5년 만에 건설공사를 마무리지었다. 노동자들이 모여들자 주변에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우리가 아는 라스베이거스가 자리잡는다. 이후 미국 경제는 장기간 호황을 맞았고, 후버댐은 정부주도형 경기부양 사업의 아이콘이 됐다.

우리 정부도 최근 '한국형 뉴딜'을 가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형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대 축으로 삼아 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15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오는 2025년까지 총 58조2000억원을 쏟아부어 일자리 약 90만개를 만들겠다는 디지털 뉴딜 청사진을 제시했다.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를 강화하는 등 5G망을 기반으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연계한 사업기반을 만들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다.

최 장관이 제시한 복안 중엔 '데이터 댐'도 자리잡고 있다. 데이터를 가공하고 거래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5G 및 인공지능(AI)과 융합된 서비스를 확산하겠다는 전략이다. 최 장관은 "후버 댐 건설은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 산업화 촉진의 원동력이 됐고 데이터 댐 개념도 유사하다"면서 "민간이 원하는 데이터 수집을 활용하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터 댐이 후버 댐처럼 작동하려면 다양한 데이터 기반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구축 및 분석과 관련한 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데이터 관련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공데이터를 조기 개방하겠다고도 공언했다.

기대감은 높였지만 업계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의미있는 데이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입력 등에 쓰이는 단순반복형 단기일자리가 대거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분간 경기부양 요소가 되지만 지속적 일자리라 보기 어렵다.
또 정부주도형 사업이다 보니 예상만큼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정부 투자계획은 2025년까지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는 2023년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지속 가능하고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

ksh@fnnews.com 김성환 정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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