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g당 7만원에 누가 사겠습니까"… 금은방 눈물의 개점휴업 [달아오른 금시장 가보니]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9 17:53

수정 2020.07.19 18:20

종로 귀금속 거리는 썰렁
도소매·유통·공장 최악의 불황
결혼식 줄고 소비형태 바뀌어
장신구·기념품은 잘 안팔려
공장서 10개 만들면 2~3개 유통
금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 17일 서울 종로3가 귀금속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금은방 업주는 "금값이 고공행진을 해 아무도 금을 사러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날 기준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현물 1g당 가격은 7만20원으로 올해 초 대비 23.1% 올랐다. 사진=박범준 기자
금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 17일 서울 종로3가 귀금속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금은방 업주는 "금값이 고공행진을 해 아무도 금을 사러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날 기준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현물 1g당 가격은 7만20원으로 올해 초 대비 23.1% 올랐다.
사진=박범준 기자

"금값이 비싼데 누가 금을 사러 옵니까."

지난 17일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 만난 한 금은방 업주의 목소리는 시큰둥했다. 금값이 연일 상승하면서 소위 금은방들이 호황일 거라는 생각은 틀렸다는 것이다. 이 업주는 "매장을 처분하지 않는 한 금값이 오른다고 해서 좋을 게 없다"며 "결혼식 등이 줄고 금의 소비형태도 바뀌면서 이대로 가면 도매, 소매, 유통, 공장 모두 굶어 죽을 판"이라고 되레 한숨을 쉬었다.

"금값 오르면 금은방 웃는다?"


이날 방문한 종로의 귀금속 거리 일대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안전자산인 금값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금의 유통흐름이 막혔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이 7만원을 넘어섰다. 금값이 떨어져야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30여년간 금은방 업계에 종사했다는 A씨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40%나 감소했다"며 "금값이 고공행진을 하니까 아무도 금을 사러 오지 않는다. 금을 팔러 오는 사람은 있지만 시세가 정해져 있어서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다"고 밝혔다.

26년차 금은방 업주 조모씨는 이번 금값 상승이 전례에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금값에도 주기적인 흐름이 있다"면서 "업자들은 금값이 떨어질 때 물건을 들여놓는데, 이번에는 예상과 달리 금값이 떨어지지 않아서 물건을 들여놓는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들여놓으면 판매가도 상승해서 손님들이 잘 찾지 않는다"고 했다.

'금테크' 열풍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귀금속 거리가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은 결혼반지 대신 골드바를 선호하는 최근 젊은이들의 취향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재판매하기 좋은 골드바를 사고 금을 장신구, 기념품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종로 금은방을 찾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귀금속 거리 업주들도 "환금성이 좋은 순도 99.99% 골드바가 인기 있는 것은 맞다"고 했다.

유통·재료·제작업체 줄줄이 '눈물'


금 소비위축 등으로 유통흐름이 둔화되면서 일선 소매업체에서 물건이 팔리지 않자 유통은 물론 재료, 제작공장이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특히 업계에서 이른바 '나카마'로 불리는 중간유통업자는 밥줄 끊긴 신세가 됐다. 이들은 도소매업자와 공장을 연결하며 수수료를 받는데 소비가 줄면서 주문도 사라진 것.

8년간 중간유통업자로 종로를 누빈 최모씨는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이 연기되고 금값이 오르자 유통업자는 전멸했다"며 "우리 같은 보따리상은 몇 달만 금시장이 막혀도 직격탄을 맞는다. 과거에는 중국업자와 연결해 돈을 벌었지만 이제는 그조차도 막혔다"고 토로했다.

상황은 제작공장도 다르지 않다. 과거 주 6일간 가동됐던 제작공장은 현재 3~4일 근무할 정도로 위촉된 상황이다.
근무일수가 줄어들면서 직원들의 임금이 삭감됐고, 일부 공장주들은 직원을 감원했다. 38년간 금품 제작공장을 꾸려 온 50대 이모씨는 "10개를 만들어 유통해도 시장에서 팔리는 건 2~3개 남짓"이라며 "금거래가 활발하다는 건 골드바나 갖고 있는 큰손들의 얘기지 우리 같은 업자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공장 관계자 김모씨는 "한동안 정부지원금도 받고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줘서 버텼지만 이제부터는 지원도 없다"며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라며 말끝을 흐렸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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