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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형 벤처캐피털 허용, 한시가 급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1 17:20

수정 2020.07.21 17:20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3000조원을 넘은 시중 유동성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로 유입되는 환경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넘쳐나는 유동성이 집값을 흔들고 있으니 이를 4차 산업혁명의 대들보 벤처기업이나 혁신 스타트업으로 흘러가도록 물꼬를 터주자는 거다.

백번 맞는 말이다. 이미 벤처시장은 활력을 잃었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올 1~3월 벤처투자 결성액이 전년 대비 20% 줄었다. CVC의 제한적 허용은 지난달 1일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처음 나왔다.
CVC는 대기업 자금을 벤처기업으로 끌어들여 벤처투자 붐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대기업은 CVC를 통해 첨단기술을 가진 혁신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 후 인수합병(M&A)을 거쳐 대표적 전략사업으로 키우게 된다.

문제는 금산분리라는 견고한 벽이다. 국내 대기업 지주회사는 CVC를 보유할 수 없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개입을 차단하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진보정권인 문재인정부에 금산분리는 금과옥조다. 문 대통령 스스로 이 원칙을 허물려는 것은 글로벌 실물경제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즉 넥스트 노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인터넷전문은행법 논란 때도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제한)의 제한적 허용을 강조했다.

글로벌 CVC 시장 성장세는 놀랍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벤처투자 약 30%가 CVC로 이뤄졌다. 미국에선 2013년 우버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구글벤처스와 1500개 벤처기업에 152억달러를 투자한 인텔캐피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유망한 벤처기업이 나타나면 바로 낚아챈다. CVC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조합인 '한국형 뉴딜' 추진에도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이 주도하니 혹시 기업 경영지배구조에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있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CVC를 통해 기업이 부당한 이익을 보면 회수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해당 대기업 계열사 투자 시 의무공시하는 방법도 있다.
건강한 민간자본이 대거 들어와야 벤처생태계에 활력이 넘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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