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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옵티머스 사기극, 사모펀드 제도 싹 바꿔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3 17:03

수정 2020.07.2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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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신뢰 뿌리째 흔들려
늦었지만 외양간 고치길
옵티머스 사태가 희대의 금융 사기극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안전자산에 투자한다는 약속을 깨고 제멋대로 투자하는 바람에 5000억원 넘는 투자금이 공중에 붕 떴다. 회사 대표는 구속 기소됐고, 직원들도 다 떠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신뢰가 밑천인 금융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1차로 피해자 구제가 급선무다.
2차로 사모펀드 제도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 금융당국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옵티머스는 펀드 46개를 굴렸다.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겠다며 총 5151억원을 그러모았다. 하지만 돈은 엉뚱한 데로 흘러갔다. 대부분 듣도 보도 못한 비상장사 사모사채를 사는 데 쓰였다. 회사 대표가 투자금을 횡령한 흔적도 보인다. 검찰은 22일 김재현 대표 등을 사기와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사모펀드 운용을 견제해야 할 판매사, 사무관리회사, 수탁사도 제 역할을 못했다.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은 펀드를 파는 데만 열중했을 뿐 돈의 쓰임새엔 무관심했다. 옵티머스 피해자들은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상대로 투자금을 100% 돌려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달 초 금융당국은 라임 사태 피해자들에 대해 은행·증권 등 판매사들이 100%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사모펀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 연루설이 나도는 것도 신경에 거슬린다. 옵티머스 창업주는 총선(2012년)에 출마하고 대통령 금융특보를 지낸 인물이다. 검찰은 23일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치인 연루 의혹은 그만큼 사모펀드 시장이 허술하게 짜였다는 뜻이다.

당장은 피해자 구제가 급하다. 원칙적으로 사모펀드 투자엔 투자자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사모펀드 자체가 사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금융당국은 라임 배상 사례를 참고해서 피해자 구제절차를 밟기 바란다.

사모펀드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는 작업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곧 헤지펀드는 2015년 박근혜정부 때 규제가 확 풀렸다. 헤지펀드를 통로로 유휴자금을 벤처 종잣돈으로 활용하자는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옵티머스·라임 사태에서 보듯 헤지펀드는 부동산 등 엉뚱한 곳을 휘젓고 다녔다. 신뢰 없는 금융은 사상누각이다.
아무리 알음알음 투자자를 모으는 사모펀드라 해도 금융의 기본질서를 깨뜨리는 짓은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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