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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인 남인순, 18일만에 박원순 의혹 사과…진중권 "악어눈물 역겹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7 14:28

수정 2020.07.27 15:20

여성계 대모 남인순, 박원순 의혹에는 침묵 일관
지명직 여성 최고위원 2명 의무화 제안 빈축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남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남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파이낸셜뉴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7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잇단 성추문 사건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나부터 통렬히 반성한다"면서 공개 사과했다.

박 전 시장 사망 18일 만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랜기간 여성계 대모로 불리며 여성 관련 현안에 목소리를 내왔던 남 최고위원은 정작 자신과 가까웠던 박 전 시장의 의혹과 관련해선 침묵으로 일관해 여론의 비판을 샀다.

남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울먹이며 “너무나 참담한 마음과 죄책감이 엉켜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당내 박원순계로 분류됐던 남 최고위원은 전직 비서의 성추행 혐의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해진 경위를 놓고 유출 의혹을 받아왔다. 남 최고위원이 실종 당일인 지난 9일 박 전 시장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시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최초 보고한 임순영 젠더특별보좌관이 남 최고위원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당에서 피해자를 향해 공식석상에서 '피해 호소인' 표현을 쓰며 지칭한 것도 남 최고위원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최고위원은 "여성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였으나 당의 어젠다 중에서 젠더 이슈를 우선순위로 이끌어 가는데 많은 장애와 어려움이 있어왔다"면서 "일례로 어렵게 젠더폭력상담 신고센터 설치 규정을 만들었으나 전담인력을 배치 받지 못해서 선거 기간에만 용역으로 외부 전문가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조사와 시비 거쳐 공천 배제된 성폭력 가해 직원들이 선거가 끝난 이후 신고한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할 때도 제대로 막아내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남 최고위원은 "선출직 공직자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선 권력관계, 성불평등 문제를 성평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지명직 최고위원에 여성 2명 의무화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가해자 또는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 공천 원천배제 △선출직 공직자 및 당직자 연 2회 성평등 교육 △당원 성인지 감수성 및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등에 대한 당규 정비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악어의 눈물"이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당신은 대통령이 안희정 모친의 빈소에 공식적으로 조화를 보내려 했을 때, 이를 말렸어야 한다. 말리지 못했다면 비판이라도 했어야 한다"며 "가족장으로 하려던 박원순 시장의 장례식을 당에서 '서울시장'으로 바꿔놓으려 했을 때, 이를 말렸어야 한다. 말리지 못했다면 비판이라도 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외려 가해자의 편에 섰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신은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지도 못하게 했다.
그로 인해 피해자는 '문팬'들의 2차가해에 시달려야 했고, 아직도 시달리고 있다"면서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를 입고 있을 때, 당신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울먹이나. 역겹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불행한 사태를 당신은 고작 자기들처럼 남성주의 권력에 빌붙어 사는 여성 아닌 여성, 명예남성들의 정치적 지위를 끌어올리는 기회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며 "피해는 힘 없는 여성들이 보고, 재미는 힘 있는 여성들, 그저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인 분들이 보고. 이게 여성해방인가"라고 꼬집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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