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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과잉유동성, 진중한 해법 마련을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7 17:32

수정 2020.07.27 19:22

[fn논단] 과잉유동성, 진중한 해법 마련을
가을철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경제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년 중 경기회복 기미는 기대하기 어렵다. 생산차질에 따른 기업의 공급망 훼손이 장기화되고, 기업부도율도 급등할 것이다. 한편 한은은 방역사태가 1년간 지속되면 한계상황에 처할 우리나라 취약가계 비중을 약 7%로 추산했다. 완화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이 상당기간 불가피해졌다.


바이러스 사태 종료는 불확실한데 부동산 문제가 정책의 중심에 우뚝 섰다. 부동산 수요의 꾸준한 증가세와 가격 급등에 정부는 조세강화 등 수요압박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세금인상의 가격 전가효과로 전세가 급등과 주택매입난만 야기했다.

부동산정책이 경제에 병목현상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자산시장이 불안정해져 통화당국이 금융안정에 유념하면 경기회복 지원 모멘텀은 위축된다. 정책은 대가를 수반한다. 상반기 통화·재정정책도 가계나 기업 그리고 정부의 부채 수준을 크게 높였다. 이런 과잉부채 상태에서 경기침체 상황을 적절히 제어 못하면 금융불안은 심각해진다.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규명하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중유동성은 실물경제 대비 과잉상태다. 명목GDP 대비 총통화(M2)가 장기 추세치를 상회하고, 장기균형통화량 대비 격차인 실질머니갭률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위축과 초저금리 경기부양책 때문이다. 단기유동성 급증은 장단기 금리차 축소와 불확실성 등으로 실물과 괴리돼 금융권 내에서 순환되기 때문이다. 불어난 유동성이 부동산과 증시로 몰려 '거품'을 키울 수 있다. 그런데 과잉유동성과 자산가격의 동시 상승은 장기저금리 추세에 반사적 포트폴리오 조정이거나 향후 인플레 상승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인식돼 인과적 추론에 진중해야 한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은 기본적으로 공급부족에 연유한다. 1인가구 증대와 재개발 수요 등을 고려한 적정보급률은 110% 안팎인데 서울 주택보급률은 약 96%다. 게다가 교육·보건 등 정주환경 격차도 수급불균형을 조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22차례의 정책패키지 구사는 아파트를 '희귀재'로 둔갑시켰다. 집을 사기도, 보유하기도, 팔기도 어려워졌다. 부동산 소유자와 세입자의 가처분소득도 축소돼 소비위축이 예상된다. 재개발·재건축을 고밀도로 허용하는 등 적소공급 강화에 치중하고, 지방 정주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에 쏠리는 여유자금은 금융자산이나 실물투자 등에 유인돼 경기회복의 밑거름이 되게 해야 한다.

과잉유동성이 공급부문에 흐르게 해야 한다. 향후 경제회복 추동력은 총수요보다는 총공급 요인에서 나온다. 민간소비는 오랜 경기침체 경험으로 심리위축이 공고화돼 경기회복에 크게 기여하기 어렵다. 한계기업을 최대한 되살리고, 신산업 투자를 적극 유도하자.

미국 인디애나대 번스타인 교수 등은 미국 기업의 경기변동 영향 분석(1954~2019)에서 기업의 진입과 이탈이 예고되지 않는 금융위기를 초래할 핵심원으로 봤다.
기업 이탈은 경제 충격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토마스 조단 스위스중앙은행 총재는 이번 사태 극복에 결정적인 변수로 기업의 창의성이나 적응역량을 지목했다.
거시경제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기업의 역량 강화와 성장잠재력 향상을 위한 분위기 조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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