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씁쓸한 현상을 놓고 테슬라를 탓할 순 없다. 차량 국적에 따라 보조금을 차별하는 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만이 아니다. 국내 업체들의 기술혁신이 더디고, 정부의 미래차 육성계획이 겉돌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란 얘기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3% 증가한 2만2267대로 나타났다. 어찌 보면 7080대를 판매한 테슬라는 시장을 키우는 '메기효과'는 발휘한 셈이다. 이는 역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게을리한 방증이기도 하다.
상반기 중 현대·기아차가 전기승용차 시장에서 아이오닉, 쏘울 등 기존 모델 판매를 고수하는 사이 테슬라가 모델S와 모델X에 이어 모델3를 연이어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고가모델의 판매 호조가 계속되면 테슬라가 연말까지 2000억원의 보조금을 챙길 것이란 분석도 있다. 2018년 전기버스 보조금의 40.4%를 중국 업체가 차지했던 전례의 재현이다. 이런 달갑지 않은 사태를 막으려면 국내 업계와 정부의 분발과 각성이 절실하다.
특히 정부가 말로만 '그린 뉴딜'을 읊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환경부부터 현행 친환경차 보조금 제도의 허점을 되짚어봐야 한다. 지금처럼 연비와 주행거리 등 조건만 맞으면 전기차 가격에 관계없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 문제가 있어서다. 예컨대 독일은 중저가 모델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 가격 이상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고 있다. 우리도 국산 친환경차를 키우려면 KS규격 배터리 사용 등을 의무화하는 등 보조금 제도를 보다 스마트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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