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보험설계사에 고용보험, 밀어붙일 일 아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30 17:47

수정 2020.07.30 17:47

전국민 고용보험 첫관문.. 강사법 반면교사 삼아야
전국민 고용보험이 난관을 만났다. 첫 관문인 보험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생명·화재보험사들은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도입하는 것 자체에 반대다. 설계사 약 30만명(등록설계사 기준)에 4대 보험을 적용하면 보험사들은 한 해 수천억원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순간 국민연금·건강보험·산재보험 청구서가 한꺼번에 날아온다. 그러잖아도 보험업계는 장기 저금리 기조 탓에 고전 중이다.
정부·여당이 보험사 팔을 비틀면 자칫 상당수 보험설계사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대통령표 국정과제다. 한국판 뉴딜 사업에도 끼어 있다. 그래서인지 고용노동부는 무척 서두는 모습이다. 이달 초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9월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동시에 올 연말까지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도 짠다. 궁극적으로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는 물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까지 고용보험 테두리 안으로 수용하는 게 목표다.

뜻은 좋다. 하지만 서두르다 부작용이 나올까 걱정이다. 특고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캐디, 택배기사 등을 일컫는다. 근로계약상 이들은 일반 임금근로자와 다르다. 고용·피고용 관계가 뚜렷한 임금근로자는 회사와 직원이 고용보험료를 절반씩 낸다. 반면 특고는 고용·피고용 관계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각자가 사업자다. 보험사 입장에선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닌데 고용보험료를 내라고 하니 반발하는 것이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강사법이 반면교사다. 정부는 고등교육법을 고쳐 표면적으론 대학 강사의 지위를 높였다. 3년간 재임용을 보장하고, 방학 때 임금도 주고, 4대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시행 1년(8월 1일)이 지났지만 강사들의 불만은 여전한다. 그나마 일감을 딴 사람은 다행이다. 상당수는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아픔을 겪었다. 대학도 경제원리가 작동하는 시장이다. 등록금은 꽁꽁 묶어놓고 강사 처우를 개선하라고 하면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21대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법안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후다닥 처리해도 괜찮은 법안이 아니다. 보호 대상자들을 오히려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 고용보험은 전국민 고용보험으로 가는 시금석이다. 정부·여당의 신중한 접근을 신신당부한다.
고용보험 가입 희망자에 한해 우선 적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