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재명표 '수술실CCTV' 법제화 급물살··· "강제는 안 돼" vs "환자가 우선"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31 14:50

수정 2020.07.31 22:05

31일 오전 김남국 의원실 주최로 토론회
국회의원 다수 참석··· 열띤 토론 오가
찬성 여론 높아··· 의사협회는 '우려' 표명
의료사고 피해자들 "환자 인권 우선돼야"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점사업으로 관심을 모은 ‘수술실 블랙박스’ 법제화에 국회가 화답하는 모양새다. 이 지사가 국회의원 전원에 편지를 띄운 지 13일 만에 국회에서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는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상임소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을 비롯해 의사협회 관계자와 의료사고 피해자 등이 참석한 이번 토론회는 이례적으로 다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한 명도 자리를 비우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수술실CCTV 설치 법제화를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이달 중순엔 국회의원 300명에게 편지를 띄워 관련 법안 통과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fnDB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수술실CCTV 설치 법제화를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이달 중순엔 국회의원 300명에게 편지를 띄워 관련 법안 통과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fnDB

■이재명표 '수술실CCTV' 국회서도 큰 관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술실CCTV 설치를 위한 토론회’에서 다수 참석자들이 수술실CCTV 법제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데 중지를 모았다.

발제를 맡은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지난 수년 간 의료현장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사고사례로 말문을 열었다. 정 원장이 소개한 사례는 2018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수술실에서 불거진 폭언·폭행, 대리수술, 성희롱 사건으로 이를 통해 수술실CCTV가 국민적 현안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정 원장은 이어 경기도에서 도민 90%의 긍정 응답을 근거로 도입된 수술실CCTV가 도내 공공의료원 6곳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된 사실, 국회와 TV토론회를 통한 의견수렴, 보건복지부를 통한 입법요구 등까지 경기도가 추진해온 사업 경과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참석한 의원들은 찬성입장에 힘을 보탰다. 토론을 주최한 김남국 의원은 “수술실CCTV 설치, 촬영 의무화하는 법률은 의사 직업수행 자유, 인격권과 환자 생명 안전이라는 권리 충돌 문제”라면서도 “환자의 생명 안전이 누가 봐도 더 큰 권리인데, 환자가 인격권을 포기하면서도 촬영하자고 하는 것을 중요하게 받아들여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법안을 공동발의한 권칠승 의원은 “20대 국회 때 양심의 가책이 있어 이번에 발의하게 됐다”며 “어린이집에도 CCTV가 달려 있는데 어린이집에 처음 달 때 반대가 정말 많았지만 실제 운영해보고 반대하던 사람들의 여론이 완전히 바뀐 걸 보면 의협이 전향적인 자세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수술실CCTV를 수술실 블랙박스로 부르자는 의견도 언급됐다. CCTV가 감시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 누구나 차에 달고 다니는 블랙박스로 바꿔부르자는 제안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 지사도 29일 도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수술실 블랙박스'라는 명칭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언급한 바 있다.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수술실CCTV 설치를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수술실CCTV 설치를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의협 "법제화엔 반대"··· 유족 "의사 인격만 중요한가"
대한의사협회는 전면 법제화에 반대입장을 드러냈다. 송명제 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는 “의료인 입장에선 수술실에서 직업을 수행하는데 이 장소에 CCTV를 설치하면 떨릴 수밖에 없다”며 “뇌혈관 수술 잘 하시는 분, 대장암 명의라고 불리는 분께 물어보니 손이 떨려 잘 못할 거 같아서 CCTV 설치된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라고 할 것 같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송 이사는 “개인정보 축적은 언제든 유출가능성이 있게 마련”이라며 “청와대나 국방부도 해킹이 되는 세상인데 이게 유출됐을 경우 파급력을 어떻게 할 건가”하고 우려했다.

의사협회의 의견에 피해유족들은 연달아 반대입장 드러냈다. 유치원 교사이던 딸 고 이연화씨를 의료사고로 잃었다는 이진기씨는 “어린이집 CCTV는 반대하는지 꼭 알고 싶다”며 “본인들 인격만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도 “손이 떨린다는 건 직업소명의식의 문제”라며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국민이자 환자 인권을 위해 법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건데 왜 의사는 수전증 때문에 수술실CCTV에 반대한다고 하는 건가”하고 분개했다.

한편 경기도와 김남국 의원실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엔 강득구, 권칠승, 김성환, 오영환,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명제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 강신하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발제는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이 맡았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