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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아픔 반성한다더니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2 17:21

수정 2020.08.02 17:21

부동산 입법에 힘자랑
윤희숙 고언 되새기길
부동산 공방이 연일 뜨겁다. 임대차 3법 중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지난주 전격 시행됐다. 부동산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1일 궂은 날씨를 뚫고 서울 여의도에서 시위를 벌였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종부세 등 세법 개정안도 완력으로 통과시키려 한다. 의석수(176석)를 고려하면 이른바 부동산 입법의 완성은 시간문제다.

민주당이 왜 이리 서두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당내 견제 장치도 풀렸다. 종종 까칠한 소리를 내던 의원들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입을 열었던 의원은 다시 닫았다. 8·29 전당대회 최고위원직에 도전한 노웅래 의원(4선)은 며칠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소수의 물리적인 폭력도 문제지만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곧바로 "지금 (미래통합당이) 하는 모습을 보니 (부동산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의 법안 처리는 폭주 그 자체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은 곧잘 규제의 역설이라는 함정에 빠진다. 강사법이 좋은 예다. 작년 8월 대학 강사의 처우를 개선한다며 고등교육법을 고쳤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강사법은 상당수 강사를 강단에서 몰아내는 부작용을 불렀다. 이는 마치 노무현정부 때 도입한 기간제법, 곧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 것과 비슷하다. 임대차 3법은 비정규직보호법·강사법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시장의 현실을 경시한다는 점에서 세 법은 공통점이 있다.

민주당은 야당의 합리적인 비판도 걷어찼다. 지난주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은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윤 의원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실력파 경제학자 출신이다. 그는 임대차 3법이 가져올 파장을 학자적 양심에 따라 제시했다. 하지만 여당은 수준 이하의 반응을 보였다. 한 의원은 "(윤 의원이) 눈을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없이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건 그쪽(통합당)에서 귀한 사례"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결국 전 국민이 월세를 지불하는 시대가 온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임차인의 속을 긁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4월 총선 직후 "국민이 주신 의석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며 2004년 17대 총선에서 압승한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입법 과정을 보면 이 말은 그저 립 서비스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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