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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일 자산 매각 갈등, 파국만은 막아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3 17:45

수정 2020.08.03 17:45

대법원의 징용 배상판결에 따라 4일 0시부터 국내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가 가능해졌다. 피고측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오는 11일까지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 압류절차는 완료된다. 향후 자산가치평가, 법원 매각명령 등의 과정이 있어 자산 현금화까지 수개월 걸릴 순 있다. 하지만 현금화 효력이 공식 발생된 것만으로 한·일 관계는 격랑에 휩싸일 여지가 있다.

일본 정부는 예상대로 강력 보복을 시사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최근 현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방향은 확실히 나와 있다"고 했다. 일본 당국은 자국 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꺾은 적이 없다. 현지 언론은 주요 보복조치로 관세인상, 송금중단, 엄격한 비자발급, 금융제재 등을 거론했다. 앞서 산케이신문은 일본 내 한국자산 압류와 한국산 제품 관세인상 등 두자릿수의 보복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강경 행보가 현실화되면 그에 상응하는 우리 정부의 맞대응, 이로 인한 극한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지금의 대립만으로도 한·일 경제와 기업이 받은 피해가 결코 가볍지 않다. 당장 국내서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고 짐싸는 일본 기업들 현주소를 보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이후 1년간 국내 진출한 일본기업들의 영업이익은 70% 이상 급감했다. 우리가 받은 악영향도 만만치 않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정책으로 일본산 소재를 대체하는 등 긍정적 신호도 있었지만 최근 대일 무역적자는 3개월 연속 증가해 소부장 정책 효과가 무색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일 수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20% 이상 줄었다.

한·일 간 역사인식은 간격이 너무나 커 서로 손잡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보복의 악순환으로 대치상태를 끌고 갈 순 없다.
코로나19 2차 팬데믹,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갈등, 북한의 안보위협 속에서 한·일 협력은 서로에게 더없이 절실한 과제다. 다행히 시간은 아직 남았다.
대화와 타협으로 파국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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