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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 인권 보호 강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국회 통과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4 16:10

수정 2020.08.04 16:10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파이낸셜뉴스]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 근절을 위한 전담기구인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권이 대폭 강화되고, 직장운동경기부(실업팀) 선수 표준계약서 마련, 취약지점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 선수관리 담당자 등록 등 체육계 인권침해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법의 목적에서 ‘국위선양’을 삭제함으로써 인식·문화도 개선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공포 6개월 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고(故) 최숙현 선수의 사망을 계기로 발의된 개정안 12건이 통합·조정된 안이다. 기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법률안(8월 5 시행)의 내용을 보다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책과 피해자 보호, 성적중심주의 문화 개선을 위한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에 대한 신고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조사가 실효성 있게 진행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

누구든지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를 알게 된 경우 센터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체육지도자, 선수 및 선수관리 담당자 등은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여 인권침해 등이 내부적으로 은폐되는 것을 방지했다. 이 경우 신고인의 인적사항 등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을 금지해 신고인의 비밀이 지켜질 수 있도록 했다.

센터의 조사권도 대폭 강화된다. 출석 요구, 진술 청취, 자료 등의 제출 요구, 현장조사 또는 감정으로 조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조사를 받는 당사자 및 관계인 등은 이에 성실히 임하도록 협조 의무를 부과했다. 또한, 센터가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에 대해 직권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수사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여 조사의 효율성을 높였다.

센터의 강화된 권한 등에 대한 실효성 확보 방안도 마련된다. 선수, 체육지도자, 체육단체 임직원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에 불응 또는 거짓으로 자료를 제출할 경우, 센터는 해당 인원이 소속된 기관·단체의 장으로 하여금 시정, 책임자의 징계 등이 이루어지도록 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문체부 장관은 시정 또는 징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해당 단체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하고, 요구를 받은 단체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했다. 또한, 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라 문체부 장관이 체육단체에 책임자의 징계를 요구한 경우, 요구를 받은 체육단체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규정함으로써 기존의 장관의 요구를 존중하도록 한 것에 비해 의무가 보다 강화됐다.

신고자·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도 대폭 강화됐다. 센터가 선수에 대한 체육지도자의 (성)폭력 신고를 받은 경우 즉시 피해자에 대한 긴급보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신고자 등에 대한 불이익 조치나 △신고·증언 등의 방해 또는 취소를 강요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센터는 시정, 책임자의 징계 등을 문체부 장관을 통해 요구할 수 있다. 센터의 장은 조사 개시 후에도 인권침해가 계속되는 경우 피신고인, 그 소속기관 등의 장에게 △신고인과 피신고인 물리적 공간 분리, △피신고인 직위해제 또는 직무정지 조치, △신고인의 의사에 반한 피신고인 접촉 금지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센터가 긴급한 피해자를 위한 임시보호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도 마련된다.

문체부 장관은 앞으로 센터가 사건 조사 등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고 보장해야 한다. 또한, 센터의 강화된 권한과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센터의 장은 필요한 경우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관계 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또는 관계 기관·단체 소속 임직원의 파견·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스포츠윤리센터의 강화 외에도 여러 문화적·제도적 개선방안을 담았다. 국민체육진흥법의 목적에서 ‘국위선양’을 삭제하고 ‘공정한 스포츠 정신으로 체육인 인권 보호’ 및 ‘국민의 행복과 자긍심을 높여 건강한 공동체의 실현’을 새롭게 규정해, 체육인 인식 개선을 도모했다.

체육인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도 강구했다. 직장운동경기부(실업팀) 선수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직장운동경기부가 소속된 기관·단체의 장과 선수가 계약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 등 표준계약서상 필수 기재사항을 포함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했다. 지자체 장은 계약 체결 현황 등을 문체부 장관에게 매년 보고해야 하고, 문체부 장관은 해당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시정을 요구하도록 하여 선수 계약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

5일부터 최대 1년으로 확대되는 체육지도자에 대한 자격 정지 기한을 최대 5년으로 더욱 강화하고, 징계정보시스템에 체육단체 등이 징계정보를 개인정보 보호 사유로 제출하지 않는 것을 금지한다. 만약 징계정보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팀에서 팀 닥터 등 선수관리 담당자를 따로 둘 경우 이를 종목단체 또는 대한체육회의 지부에 등록하도록 하여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하고,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는 취약 지점에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등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체육계 현장에서 인권침해 조사·조치 상황 등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인권감시관을 센터가 운영하도록 하고, 매년 문체부 장관이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한편, 체육인 인권보호를 위한 기존 국민체육진흥법개정 법률안은 5일부터 시행된다.
이 개정 법률안은 △스포츠윤리센터의 설립 근거, △성범죄의 경우 최대 20년, 상해·폭행의 경우 최대 10년간 체육지도자가 될 수 없도록 자격 제한 대폭 강화, △형이 확정된 경우가 아니라도 선수에게 폭행·상해 또는 성희롱·성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체육지도자 자격 취소 또는 1년의 범위에서 자격 정지 등을 담고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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