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아시아나 노딜 임박, 한진해운 재판은 피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4 18:01

수정 2020.08.04 18:01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현산) 측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청을 3일 거절했다. 그러면서 오는 12일 전까지 현산에 마지막 결단을 내리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현산이 다른 결정을 내놓지 않으면 12일자로 금호산업과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맺은 인수계약을 해지, '노딜'로 끝내겠다는 게 채권단의 최종 입장이다.

지난해 7월 첫 매각공고를 낸 이후 1년여 끌어온 작업이 물거품 직전에 놓였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로 전 세계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피할 길이 없었다. 가뜩이나 저비용항공사(LCC) 난립에 따른 공급과잉 여파로 업황이 악화되던 상황에서 메가톤급 악재를 만나 더 수렁에 빠진 것이다.
이런 초유의 상황에서 현산의 복잡한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이제는 만약의 상황을 적극 대비해야 할 시간이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직고용만 1만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사업장이다. 에어부산 등 계열사와 협력사까지 합치면 직원수는 엄청나다. 정상화가 실패할 경우 벌어질 실업대란 등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시아나의 경쟁력은 갑자기 쌓이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 국내에서 장거리 국제선 운항기업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곳밖에 없다. 둘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운임료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외항사에 밀려 국가경쟁력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정부가 긴급히 조성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이런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만든 기금운용방안 지원기준에도 부합한다. 산은은 매각 불발 시 기안기금으로 급한 불을 끈 뒤 시간을 두고 재매각에 나설 구상을 하고 있다. 일종의 플랜B다. 반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심의회는 기금 투입에 신중한 입장인 모양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적자가 누적됐다는 점에서 자칫 부실기업에 퍼주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나랏돈에 깐깐한 심사는 당연하다. 하지만 항공업은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초토화된 대표적 업종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감안돼야 할 것이다.
산업 전체를 보지 않으면 자칫 한진해운 실패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