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첫 매각공고를 낸 이후 1년여 끌어온 작업이 물거품 직전에 놓였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로 전 세계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피할 길이 없었다. 가뜩이나 저비용항공사(LCC) 난립에 따른 공급과잉 여파로 업황이 악화되던 상황에서 메가톤급 악재를 만나 더 수렁에 빠진 것이다. 이런 초유의 상황에서 현산의 복잡한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이제는 만약의 상황을 적극 대비해야 할 시간이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직고용만 1만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사업장이다. 에어부산 등 계열사와 협력사까지 합치면 직원수는 엄청나다. 정상화가 실패할 경우 벌어질 실업대란 등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시아나의 경쟁력은 갑자기 쌓이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 국내에서 장거리 국제선 운항기업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곳밖에 없다. 둘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운임료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외항사에 밀려 국가경쟁력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정부가 긴급히 조성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이런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만든 기금운용방안 지원기준에도 부합한다. 산은은 매각 불발 시 기안기금으로 급한 불을 끈 뒤 시간을 두고 재매각에 나설 구상을 하고 있다. 일종의 플랜B다. 반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심의회는 기금 투입에 신중한 입장인 모양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적자가 누적됐다는 점에서 자칫 부실기업에 퍼주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나랏돈에 깐깐한 심사는 당연하다. 하지만 항공업은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초토화된 대표적 업종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감안돼야 할 것이다. 산업 전체를 보지 않으면 자칫 한진해운 실패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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