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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비결은 유전자 길이?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5 10:16

수정 2020.08.05 10:16

UNIST, 국제 공동연구 통해 고래상어 게놈 분석
고래상어. 게티이미지 제공
고래상어.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생명체의 수명이 기초대사량과 연관된 유전자의 길이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공동 연구진이 최대 100년을 사는 고래상어의 유전체(게놈)를 해독하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공개된 게놈이 인간의 노화나 진화의 비밀을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는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멸종위기 종인 고래상어의 게놈을 해독, 조립, 분석한 결과를 세계적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은 한국 아쿠아 플라넷 제주에서 제공한 고래상어 샘플로 고래상어 표준 게놈을 완성했다. 84개 생물의 전장 게놈정보와 대조해 고래상어의 '인트론'의 길이가 다른 생물체에 비해 긴 것을 확인했다.
인트론은 유전자 중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지 않는 부분인데, 수명과 연관있는 기초대사량(BMR)과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고래상어의 표준게놈을 구축하고 이를 84개 생물체의 게놈과 대조해 고래상어가 상대적으로 긴 '인트론'(Intron)을 갖고 있는 것을 밝혀냈다. 고래상어는 다른 생물체보다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형태가 많았다. 무작위한 서열이 아닌 규칙성이 있는 반복서열이 인트론 부위에서 많이 발견됐는데, 이는 인트론 부위가 또 다른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연구팀은 인트론의 새로운 기능 중 일부가 노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1저자인 박승구 UNIST 박사는 "고래상어 유전자에는 그 기능이 명확하지 않은 'CR-1', 'Penelope'와 같은 반복서열이 다른 생물 종들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많았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인트론의 기능 중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진은 고래상어의 신경관련 유전자들이 긴 인트론을 갖는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고래상어의 신경연결성 기능을 갖는 유전자의 길이가 다른 유전자 길이보다 길다는 사실도 증명한 것이다. 신경 관련 유전자는 생물진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보통 신경관련 유전자들은 길이가 길수록 유전자가 잘 발현되며, 발현 조절이 잘 된다.

박종화 교수는 "이번 고래상어 게놈 분석 결과는 고래상어 진화 연구를 넘어 인간을 포함하는 다양한 생물종 노화연구에 매우 중요한 연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고래상어의 표준 게놈도 구축했다. 게놈 해독을 통해 얻은 수십억 개의 짧은 단위의 염기서열을 새롭게 조립해 32억개 염기쌍을 가지는 고래상어 표준 게놈 지도를 구축했다.

이번 연구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하버드 대학교, 서울대학교, 제주대학교, ㈜ 클리노믹스가 참여했다.

한편, 고래상어는 평균 길이는 20m, 무게 42t에 이른다.
또 수명도 길다. 가장 오래 산 고래상어의 경우 수명이 약 100년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큰 생물체는 열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어 수명이 길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래상어의 정확한 장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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