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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미약품 끈기가 일군 신약기술 1兆 잭팟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5 17:54

수정 2020.08.05 17:54

한미약품이 초대형 신약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미국 제약사 MSD와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듀얼 아고니스트를 상용화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8억6000만달러(약 1조272억원) 규모로 체결했다. 제품이 출시되면 추가 로열티도 받는다. 최근 잇단 계약파기로 주춤했던 회사 주가는 이 소식으로 5일 상한가로 마감됐다.

이번 수출은 한미약품 특유의 끈기가 만들어낸 쾌거다. 한미약품은 애초 듀얼 아고니스트를 비만·당뇨 치료제로 개발했다.
2015년 임상 1단계에서 이를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먼저 수출했다. 1조원대 규모였다. 하지만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던 얀센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지난해 7월 개발권리 일체를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거기서 주저앉지 않았다. 결국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길을 다시 열었다. 실패에서 새로운 혁신이 창출된 기막힌 반전이었다.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사는 한미약품이 걸어온 길과 닿아 있다. 최근 타계한 임성기 회장의 불굴의 의지를 빼놓을 수 없다. 서울 변두리 동네 약국에서 출발해 나이 서른셋에 한미약품을 창업, 매출 1조원대 글로벌 제약사로 키운 주역이다. 복제약 제조 위주의 국내 풍토, 수천억원대 수출도 꿈꾸기 어렵던 여건에서 8조원대 신약물질 수출을 성사시켰다. 2015년 기록적인 기술수출 성과는 지금의 K바이오 붐을 일으키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갑작스런 기술수출 계약해지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뼈아픈 기억도 있다. 그 시련 속에서도 연구개발(R&D)은 계속됐다.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액의 최대 20%를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0년간 R&D 투자금액이 2조원에 이른다. "R&D 없는 제약사는 죽은 기업"이라고 말했던 이가 임 회장이다.

유례없는 전염병 국면에서 많은 기존 주력산업들이 힘겨운 시절이다. 바이오 업계의 약진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것과 동시에 더 많은 육성책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바이오·제약 산업의 성과는 단기간에 맛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긴 안목의 지속적인 투자가 관건이다.
이런 작업을 기업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적극 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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