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독주·패싱…'巨與國會'4년 예고편 같았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5 17:56

수정 2020.08.05 18:32

7월 임시국회가 남긴 것은
법안 발의·상정·의결 속전속결
상임위 심사절차조차 안해
지지층 의식하다 협치는 실종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난 7월 16일 21대 개원을 맞아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꺼낸 개원연설의 한 대목이다. 불과 3주가량 지난 현재 문 대통령의 공언은 공염불이 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안이 담긴 부동산 세제법안, 코로나19발 경기침체 위기 국면에서도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법안들이 쏟아진 7월 임시국회는 향후 4년간 여당이 주도할 여야 대치 정국의 '예고편' 격이었다. 176석의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상임위원장직까지 독식한 거대여당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철저히 배제한 채 법안 발의·상정·의결까지 속전속결의 입법독주를 감행했다. 여당에 일방적으로 밀린 야당은 정책대안을 내놓는데 실패하며 존재감마저 희미해졌다.


법안심사 절차 '패싱'한 巨與


지난 4일 종료된 7월 임시국회는 여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6월 임시국회에서 수적우세를 업고, 원구성 협상에서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독식한 여당의 입법 추진력은 국회 안팎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했다.

다주택자 세율 인상안이 핵심인 부동산 세제법안,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법안 등 여당이 7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공언했던 22건의 입법과제는 통합당의 표결 불참에도 일사천리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본회의 상정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난관이었던 소관 상임위 심사는 요식행위로 전락했다. 법안 심의를 담당하는 소위원회는 아예 구성도 안됐고, 대체토론, 찬반토론, 축조심사, 비용추계, 체계·자구심사 등 심사 절차는 더불어민주당 주도 하에 '패싱'됐다. 표결도 여야 간사합의 등이 아닌 이례적인 기립표결로 대신했다. 18개 상임위에서 법안을 상정해 의결하기까지는 불과 사흘이 걸렸다. 공수처 후속법안은 상정·의결까지 단 18분이 소요됐다.

다수당이 국정운영을 이끄는 책임정치라는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여당이 최후 수단인 다수결로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여야 협치 원칙을 근간부터 훼손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비용이 들더라도 최소한의 협치와 토론과정을 거치는 민주주의 가치를 여당이 속도전으로 무너뜨렸다"면서 "민주당으로선 지지층 이탈을 일부 막았지만, 길게 보면 민주주의 가치 훼손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월 임시국회도 여당의 대대적 공세가 예상된다. 여당은 공수처 출범을 막고 있는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수처법 개정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야당 교섭단체 몫으로 배분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이 선임되지 않으면 공수처가 출범할 수 없는 현행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엄포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늦어도 8월 임시 국회가 시작하는 18일까지 야당 몫의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선임해달라"고 요구했다.

무더기 규제법안 통과 우려


여당의 독주를 막을 야당의 견제장치가 사라지면서 향후 정치·사회·경제 등 전분야에 걸친 여당발 규제법안이 무더기로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8월 임시국회에서 기업활동을 옥죄는 반기업·반시장 규제법안 처리 가능성도 높다.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정보포털을 보면 21대 국회가 출범한 지난 5월 30일부터 이날까지 규제의 신설·강화 내용이 담긴 의원법안은 총 284개가 발의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및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등이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안', 한 달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도 퇴직금 지급을 의무화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현재 대형마트에만 시행되는 의무휴업 규제대상을 백화점, 복합쇼핑몰, 아웃렛, 면세점 등으로 확대하는 '유통법 개정안',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허용하는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인 규제법안으로 꼽히고 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송주용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