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이 전시] 현대인에게 토요일과 화요일의 의미는?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6 13:12

수정 2020.08.06 13:12

아트선재센터, 카미유 앙로 '토요일, 화요일'展
1년, 365일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한 달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 하루는 지구가 스스로 한 번 도는 시간이다. 년과 월과 일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우리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일주일은 인간이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위해 만든 주기다. 뉴욕과 프랑스를 기반으로 설치·영상 작업을 해오며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작가 카미유 앙로는 이 '일주일'이라는 시간 체계에 흥미를 느끼고 일주일을 구성하는 요일마다 사회 안에서 정형화돼 반복하는 인간의 행동 유형에 대해 문화인류학과 신화학, 종교, 소셜미디어, 정신분석이론을 참조삼아 작업을 해왔다. 올여름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중인 그의 개인전에서는 7개 요일 중 토요일과 화요일의 서사를 선보인다.
모든 요일의 작품을 보여주기에는 공간의 제약이 있어 현대사회에서 쉼의 날인 토요일과 업무로 바쁜 화요일을 선정했다.
카미유 앙로 '화요일' / 아트선재센터 제공
카미유 앙로 '화요일' / 아트선재센터 제공
2층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회색과 붉은색으로 된 운동 매트들이다. 그 위에 뾰족하게 끝을 세운 미끈한 다리와 같은 금속 덩이가 엉켜있는 두개의 조각이 놓여있거나 공중에 떠 있다. 매트의 뒤켠에 설치된 영상에서는 주짓수 선수들이 서로 대련을 하는 장면과 달렸다 잠시 털을 다듬는 경주마의 영상이 슬로우 모션으로 편집돼 상영된다. 북유럽 신화에서 전쟁과 승리의 신 '티르'의 이름을 어원으로 둔 영단어 화요일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가는 비지땀이 솟을 것 같은 경기, 경주의 현장에 관능적인 사운드트랙을 더해 관객들로 하여금 에로틱한 감정을 느끼도록 유도했다.

카미유 앙로 '토요일' / 아트선재센터 제공
카미유 앙로 '토요일' / 아트선재센터 제공

카미유 앙로 '토요일' / 아트선재센터 제공
카미유 앙로 '토요일' / 아트선재센터 제공
작품 '화요일'을 지나 가벽으로 가려진 안쪽 전시장으로 검은 커튼을 열고 들어가면 그가 만든 영상 작업 '토요일'을 볼 수 있다. 이 영상은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키고 침수 세례를 거행하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의 예배 장면과 종교 방송의 녹화 장면을 신경 검사, 식품 광고, 보톡스 시술, 내시경, 시위의 이미지와 결합해 보여준다. 여기에 작가는 비극적인 소식을 다룬 뉴스의 실제 헤드라인을 수집한 뒤 특정 사건사고를 연상할 수 없도록 단어를 해체하고 재배열한 자막을 안식을 느끼는 듯한 화면 하단에 속보 자막으로 계속해서 내보낸다. 이 꾸며진 속보 자막을 통해 작가는 관람객들이 만들어진 영상을 보면서도 실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과 같은 불안감을 느끼도록 유도했다. 현대인에게 일주일 중 하루 허락된 평안을 해치는 넘치는 정보에 대해 이야기했다.

까미유 앙로 '모국어'(2019년) / 아트선재센터 제공
까미유 앙로 '모국어'(2019년) / 아트선재센터 제공

한편 이번 전시장의 벽에는 이 두 영상 작품을 둘러싸고 앙로의 수채 드로잉 '애착 체계'와 '유축' 연작 시리즈도 전시됐다.
미술작가이면서 동시에 한 아이의 엄마인 작가가 아이를 돌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담아 그린 작품이다. 출산 이후 영아의 자녀와 자신의 자화상과 같은 작품 속에서 그는 자녀가 보이는 빨기, 울기, 웃기, 안기, 매달리기, 따라다니기 같은 행동의 모습을 담아냈다.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힘들었던 순간을 그때의 감정에 따라 각각의 색으로 표현했다. 전시는 다음달 13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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