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尹총장, 어쩌다 보수의 아이콘 됐나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6 18:26

수정 2020.08.06 18:26

[기자수첩] 尹총장, 어쩌다 보수의 아이콘 됐나
'윤석열, 온몸으로 응원합니다' '윤석열 검찰은 국민이 지킨다' '윤석열 LOVE, 문재인 구속'

요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주변을 지나다 보면 이 같은 문구가 적힌 보수단체들의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을 법한 이들이 이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결정적 역할을 한 윤 총장 지지자로 나선 것이다.

급기야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윤 총장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3위를 기록했다. 재밌는 것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윤 총장이 여권이 아닌 야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1년 전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 때만 해도 여권은 '윤석열 명언록'까지 화면에 띄우면서 당시 윤 총장 후보를 극찬한 반면 야권은 그를 비판하기 바빴다.
그런데 1년 만에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 여권에서는 윤 총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야권은 그를 두둔하고 있다.

여권은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등을 수사하면서 불만이 쌓인 데다 윤 총장이 최근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자"고 한 발언에 화가 폭발한 분위기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지시를 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는 질문에 "지휘 또는 지시가 정당하면 따라야 하고, 정당하지 않으면 따를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어찌 보면 윤 총장은 자신의 소신을 그대로 지키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진영논리에 따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권에서 계속 윤 총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한다면 정치 욕심이 없던 윤 총장이 그에 대한 반발심리로 정말 야권의 대선주자로 변신할지도 모른다.
물론 윤 총장도 대권주자 선호도 3위에 올랐다고 해서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 현재 야권에 새로운 대권주자가 없어서 그 대안으로 자신이 거론되는 것일 뿐, 윤석열이라는 인물을 진정 지지한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누구든 현 정권의 대항마로 떠오른다면 윤 총장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사회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