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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사이드] 친문(親文)은 왜 이낙연을 지지할까?

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8 09:20

수정 2020.08.08 09:20

특별한 인연 없던 문재인과 이낙연
전당대회·대선·국무총리 거치며 밀착
이낙연, 친문 '한의 정서' 충족
지난 1월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월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중 이낙연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 대부분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문(親文) 세력'인 만큼, 이 후보는 상당수 친문의 지지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정치적 뿌리가 다르다. 꽤 오랜시간 우호적인 정치적 인연도 없었다.
특히 이 후보는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친노세력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다.

때문에 그가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점을 감안해도 '친문은 왜 이낙연을 지지할까?'라는 물음표가 남는다.

■친문의 '한(恨)의 정서'
친문의 이 후보 지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친문을 알아야 한다.

친문은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도 동의하지만 기본적으로 '한(恨)의 정서'를 갖고 있다. 이 '한의 정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에서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부터 퇴임 이후까지 정적은 물론 지지층 내부에서도 수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일부 친노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검찰조사가 본격화하자 '당당하게 검찰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도 수 많은 친노 중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때도 내가 (노 전 대통령 불구속 기소 탄원) 서명을 받으러 다녔는데 아무도 안 했다. 대통령이 서거하고 나니 몇 사람 와서 했다"는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립 속에 서거한 뒤, 친노세력은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정치적, 인간적 '한의 정서'를 품게 됐고 '문재인 만큼은 지켜주자'는 정치적 목적으로 결집했다.

이런 이유로 20대 국회에서 소신파로 분류된 금태섭, 김해영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지지도 1위를 달리며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를 차지하는 친문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지지도 1위를 달리며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를 차지하는 친문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다. 뉴스1
■이낙연이 잡은 '세 번의 기회'
이런 '한의 정서'의 관점에서 봤을 때 친노·친문세력과 이 후보의 관계는 썩 좋을 이유가 없었다.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대변인을 맡기도 했지만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과정에서 새천년민주당 잔류를 선택했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엔 "노 대통령 기자회견 내용에 크게 실망하고 상실하고 있다. (탄핵안 표결 관련) 심각하게, 책임있게 고민하고 있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후 이 의원은 비노 정치인 손학규계 좌장으로 분류됐고 문 대통령은 친노진영의 대표주자로 활동했다.

정치적 반전은 이 후보가 친문진영의 '한의 정서'를 메우면서 시작됐다.

특별한 인연이 없었던 두 사람을 이어준 첫 번째 기회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선거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박지원 의원과 치열한 당권경쟁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친노·영남을, 박지원 의원은 비노·호남을 대표하며 사투를 벌였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의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이낙연 전남지사에게 당대표 선거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었다"면서 "당시 이낙연 전남지사가 기대 이상의 호응을 해줬고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됐다"고 술회했다.

이 후보가 같은 호남출신이자 동교동계인 박 의원 대신 친노·영남 후보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당권의 승세를 잡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를 이어준 두 번째 인연은 2016년 10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민주당 탈당에서 비롯됐다.

1기 국민의당 핵심관계자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할 때 손학규계 좌장인 이 후보가 함께 나서줄 것으로 기대했고 실제 요청도 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데 이 후보가 민주당 잔류를 선택했다. '손학규 탈당'이라는 악재에도 민주당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2017년 대선을 치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민주당 잔류가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뒷받침 했다는 뜻이다.

두 사람을 밀착시킨 마지막 계기는 이 후보가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명되면서다. 앞의 두 번의 인연이 물밑에서 이뤄진 정치적 과정이었다면 대통령과 국무총리로의 만남은 민주당원과 대중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드러낸 계기가 됐다.

이 후보는 국무총리로서 문 대통령과 정권을 향한 야당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지점에서 이 후보는 '문재인 만큼은 지켜주자'는 친문세력의 정서에 부합했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이 후보가 보여준 모습이 친문주자라는 인식을 고정시킨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제21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지난달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 후 퇴장하면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뉴시스
제21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지난달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 후 퇴장하면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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