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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의대 정원 확대, 정말 필요한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0 16:55

수정 2020.08.10 17:12

[fn논단] 의대 정원 확대, 정말 필요한가
지난 7일 전공의 파업 이후 14일 의사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방침과 관련된 논란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400명 늘려 10년간 4000명을 더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비해 인구 대비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적고, 지역 간 의료인력의 불균형 심화와 연구 전문인력의 부족 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의사수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정부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우리나라 보건의료 현실을 안다면 문제점이 많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OECD 평균 3.5명보다 적은 2.4명이지만 일본 2.5명 미국 2.6명 캐나다 2.7명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의대 입학 후 전문의가 되기까지 필요한 소요연수가 11년임을 감안하면 2022년부터 증원된 인력이 의사가 되는 시기인 2033년 이후는 인구가 본격 감소되는 시기와 겹친다.
현재의 인구가 아닌 장래인구의 변화도 감안해 판단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한시적으로 4000명 늘리고 2032년 후에 다시 현재의 수준으로 환원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대 입학의 로망을 생각하면 한번 증원된 의대 정원을 다시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른 의료장비 및 기술의 발전이 의사인력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특수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의 대응능력은 의사수가 훨씬 더 많은 유럽의 국가들보다 뛰어났다. 의사수를 단순한 총수로 접근하기 이전에 전공별 전문인력의 적정한 양성 등 선결해야 할 과제가 누적해 있다.

정부의 지적대로 지역 간 의료시설 및 인력의 불균형은 우리나라 의료의 큰 문제이다. 그렇지만 의료인력의 지역 간 불균형을 공공의대 확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난센스다. 엄청난 정부예산을 투입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의료인력을 양성했다 하더라도 의무연한을 지난 의사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을 수는 없다. 실제로 지방 의사인력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공중보건장학제도(지방의료 취약지역에 일정기간 종사를 조건으로 한 장학금 지원 사업)가 신청자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것은 공공의대의 실패 가능성을 미리 보여준다. 지방의 의료시설과 인력 부족은 지방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의 우대적용을 더욱 강화하고 공공의료시설의 체계적 확충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KTX로 전국이 1일생활권으로 돌입한 이후 중앙과 지방의 지리적·시간적 격차가 대폭 감소됐다는 점을 감안한 지역균형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대 유치는 지방의 숙원사업이다. 의대 정원을 지역민원 해소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다. 확대될 의대 정원을 각 지역에서 유치하고자 하는 경쟁은 이미 치열하기를 넘어 과열상태에 돌입해 있다.
정부 뜻대로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지역별 학교별 배분 전쟁을 치러야 하고 그 결과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의료의 공공성을 잘 아는 의사협회 등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으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부와 여당은 의대 정원 확대를 더 이상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오직 국민의료의 관점에서 현실적인 재검토를 하기 바란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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